밤중 조용히 집에 들어가려는데 매미가 자신의 존재를 알려왔다. 나나 매미나 잠들었어야 할 시간이므로 그에게 물었다. 안 자고 뭐 해? 무슨 일 있어?
그는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귀뚜라미를 데리고 온다. 나, 얘랑 친구 먹었어. 귀뚜라미도 날개를 비비며 반응한다. 양충의 울음소리는 유달리 크고 거셌다. 썩 어울리지는 않아 그저 공해일 뿐이었다. 피곤함을 가득 담아 이야기했다.
친구가 많아지는 건 좋지만, 매시간 서로 울음소리를 겹쳐서 낼 요령이라면 관두었으면 좋겠어. 특히 밤의 조용함은 해치지 않고 유지해주었으면 해.
밤? 이 나라에 밤이 있었나? 매미가 찌륵찌륵 울린다. 귀뚜라미는 모르겠다며 또한 또롱또롱 울린다. 계속 낮인 거 아니었어?
어처구니가 없었다. 지금이 밤인데? 사람도 없고, 껌껌하잖아?
이렇게 환한데 무슨 소리야? 나는 해가 지지 않는 나라인줄 알고 엄청 좋아했는데. 찌륵찌륵.
나는 좀 싫었어. 어두워지려면 이곳저곳 숨어야 했거든. 또롱또롱.
그래서 우리는 시간대를 공유하지 않을 수 없었던 거야. 찌륵찌륵.
자발적인 합의로써 서로의 활동영역을 확장하였으니, 이 합의가 가지는 의의는 매우 커. 또롱또롱.
신나게 떠들어대자 나 역시 밤인지 낮인지 구분할 수 없는 지경이 되었다. 이들을 당장 멈추게 할 방법이나 명분을 찾기 어려웠으므로, 광공해가 소음공해로 전이될 수밖에 없는 생태계의 딱한 처지라 받아들이기로 하였다.
하지만 그들이 울음의 목적을 달성한다면 구태여 제힘 써가며 고생할 일은 또한 없을 것이다. 가능성을 떠보기로 하였다. 너희, 짝짓기 준비는 잘 돼 가?
울음을 뚝 그쳤다. 건들지 말아야 할 것을 건든 느낌이었다. 번식 준비가 잘 되었고 마침내 합심하여 자식까지 갖게 되었다면 굳이 이종간 협약을 맺어가면서까지 자신을 결혼시장에 더 적극 내놓지는 않았겠지? 또롱또롱.
나는 평생을 한국에 있었는데 이런 저런 나라에서 건너온 애들 때문에 눈에 아예 안 띄나봐. 사회 밖으로 나오려 7년을 준비했는데, 알아봐주는 애들이 없어. 찌륵찌륵.
가슴이 덜컹 한다. 온갖 종의 삶이 점차 한계에 몰리고 있는 것이다.
바늘 구멍도 가끔 커 보이더라. 또롱또롱.
실로 태어날걸 그랬나. 찌륵찌륵.
너 나중에 실로 태어나라. 내가 바늘 할 테니까. 또롱또롱.
그때도 오늘처럼 친구 먹으면 되겠네. 찌륵찌륵.
둘이 활기를 되찾자 방안에 온갖 소리가 가득 찼다. 시끄러움을 견디지 못 하고 집밖을 나섰다. 하지만 밖에서도 모두들 바빴다. 찌륵찌륵과 또롱또롱이 모든 공기를 가로막자 나도 같이 울어야 하나, 그런 한심한 고민을 하며 우두커니 서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