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ggom Nov 13. 2022

감정의 잔인함

시발, 난 아직도 사랑이라 칭할 것이 몇 년 전의 유일한 경험이라서, 애절함을 요구하는 플롯에 답할 것이 그것뿐이라, 주기적으로 그때 모습을 복기한다. 기억은 충분히 사상돼서, 얼굴도 목소리도 기억남 없이 뾰족한 단문으로만 심장에 기억되어, 멀쩡할 줄 알았던 마음을 또 긁고 상처를 되새기고 만다. 들여다볼수록, 그 생채기는 나에게서 비롯된 것이고, 비단 나만의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이기적인 마음을 두고 외로움과 나약함을 재차 탓한다. 당신이 조금만 절제했더라면, 당신이 조금만 철들었더라면, 모든 것이 달랐을지 모른다. 사랑 앞의 긴장이라는 초보적 이슈는, 실전 앞에서는 아무런 변명이 되지 않는다. 그렇게 실패에 이르렀을 때, 무슨 성장이 일궈진 것은 아니더라도, 적어도 내가 부족한 사람이라는 걸 깨닫게 해주었으니, 그것도 마지막 감사라고 표해야 할지. 항상 그대는 나보다 성숙했기에, 나는 여전히 조그만 사람이기에, 악쓰며 부르는 이별노래는 도저히 늘어날 기미가 없기에.

작가의 이전글 예비군 훈련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