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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gom Nov 22. 2022

배경음악 제거

띵동 - X층입니다 - 라는 말이 들릴 법도 했건만 엘리베이터는 조용히 도착했다. 1층 - 을 눌러도 아무런 소리도 나지 않았고 문이 닫힙니다 - 라고 말하지도 않았다. 생소한 일이었지만 불가능한 일도 아니었기에 그러려니 하고 엘리베이터에서 내렸다. 등 뒤의 문은 조용히 닫혔다.


엘리베이터 밖도 안만큼이나 조용했다. 공기가 뿌연 탓인지 구름 없는 하늘인데도 달빛 별빛은 흐리멍텅했다. 간간이 사람들이 터벅거리는 소리나 조잘대는 소리가 들려왔지만, 그 외에 어떤 인공적인 소리도 들려오지 않았다. 의아한 일이었다. 집앞의 술집들은 쿵쿵거리지는 않대도 적절한 음악 소리는 깔아두기 마련이었다. 그러나 오늘은 하나같이 컨셉을 바꾼 것인지, 데시벨적 경쟁은 서로에게 이득되지 않음을 깨달은 것인지 잔잔한 장사를 이어나갔다. 북적한 분위기를 거북해하는 나로서는 반가운 결론이지만 평소답지 않은 것은 충분히 경계할 만했다. 아무리 불편한 것도 시간이 지나면 익숙해지고 없으면 불안해지는지라. 얌전한 광경을 나는 가만히 바라보았다.


그러다 문득, 세상의 배경음악이 몽땅 사라진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들이 내는 소리가 주된 소리라면 달리 합성된 소리는 주변 소리다. 이런 소리는 좋은 쪽으로든 나쁜 쪽으로든 삶을 더 풍부하게 만든다. 감정 담긴 가사를 듣고 감성에 젖을 수도 있고, 소음에 못 이겨 소란을 피울 수도 있다. 삶의 적청을 한층 깊게 만들어주던 요소가 떠나니 삶은 더욱이 얌전해졌다. 기뻐도 미소 걸리지 않고 슬퍼도 눈물 짓지 않는다. 누군가는 한때 간절히 원하는 일이었으나 속으로는 상처만큼이나 사랑 받고 싶다고 생각했을지 모른다. 달콤 쌉싸름한 초콜릿, 이라고들 하던가.


문제는 배경음악이 아니라 나의 감각기관이었다. 올라가는 엘리베이터는 친절히 각 층과 올라감 열림 닫힘을 안내하였다. 자극에 면역된 몸이 조금은 위험해지는 상상을 했다. 가끔 달콤하고 자주 쌉싸름할 미뢰. 초콜릿을 찾아나서고 마침내 손을 뻗을 용기가 나에게 있을까. 물을 한 잔 따라놓고는 상상을, 상상만을 거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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