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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gom Dec 15. 2022

마지막 등교

제목은 등굔데 사진은 하굣길

기말고사가 끝난 건 아니지만 등교는 오늘이 마지막이다. 다른 수업은 과제로 시험을 대체하는 것이라 집에 가서 우다다다 타이핑을 해야 한다. 1학년 때 들었어야 하는 수업인데 장장 4학년까지 미뤄두고 있었다. 4학년이면 새내기 때보다 훨씬 현명해지고 똑똑해질 줄 알고 꾹꾹 아껴두었다. 아니나 다를까, 다른 게 없었다. 쾌활함은 줄고 차분함이 늘었으며 친구는 줄고 고독을 보내는 법은 늘었다. 성장이 항상 비용을 치르는 것이라면 그 없어진 것 입장에서는 역성장이라 봐야 하는 것 아닌가, 라는 생각을 하다가, 몽상은 또 예전 같은 면이 있어서, 옛 글들을 찾아 몇 번 키득거린다. 이런 미친 생각들은 잘 있으려나?


남들에 비해 종강이 늦은 편인지 교정에 사람이 몇 없다. 11시면 가장 많은 수업이 위치한 시간인데 어째 조용조용하다. 약한 눈발을 받으며 강의실에 들어가 시험을 치렀다. 시험 시간은 한 시간 남짓. 의외로 모자라 놀랐다.


나오는데 먼지 같던 눈이 더 둥글둥글해졌다. 소음을 흡수하는 듯 눈 내리는 공기는 더더욱 차분하다. 점심 시간이라 드문드문 사람이 보이나 식당에 줄 설 정도는 아니다. 이런 교정은 처음, 이라고 말하기에는 학교에서의 기억이 좀 까마득해서 속으로 삼킨다. 저벅저벅, 내가 꼭 좋아하는 길로 오늘은 하교할 테다.


정문에 이르러 풍경을 빤히 바라본다. 설산 다운힐마냥 하얗게 덮인 악산과 드문드문 위치한 건물들, 그 사이를 가끔 메우는 자동차와 사람과 눈과 장소에 얽힌 기억들. 저기는 자주 산책했던 곳이고 저기는 앉아서 커피 마시던 곳이고 저기는 매일 같이 공부하던 곳이고 저기는 또... 더 잇다간 빠져나오기 어려울 것 같아 버스가 오는 대로 떠나기로 한다. 아쉽게도, 버스는 금세 오고 말았다.


그래서 끝나지 않은 하굣길에 글을 또 쓴다. 안에서 보는 눈은 바깥과는 또 다르고, 버스는 다소 고되나 헤쳐나갈 수 있다는 굳은 의지를 보이며 전진한다. 돌아가는 버스는 이제 졸업식에나 승차할 텐데, 그때까지 또 얼마나 많은 게 변천해 있을지. 겹쳐진 추억을 한껏 포장하려면 트렁크는 한참 큰 걸 챙겨야겠다. 가끔씩 내보이는 그림 일기인 양 대학도 이제는 현재가 아닌 과거 속으로, 간다. 나는 이미 집으로 갔고. 이제 또 어디론가 가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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