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잘생기다"는 말은 남자에게만 쓰는가? 고려대한국어대사전에 따르면 "잘생기다"는 (사람이나 사물의 모습이) 보기에 좋다는 뜻을 가지고 있다. 굳이 남자가 아니라 사람이라 지칭한 이상 여자에게도 충분히 쓸 법한데, 용례가 남자에게만 쓰는 것으로 굳어버려서 여자에게 쓰면 오히려 무례하다고 여겨지는 지경에 이르렀다.
반의어가 "못생기다"임을 고려하면 위의 사실은 더욱 어색하다. "못생기다"는 말은 얼굴이나 생김새가 잘나지 못하다는 뜻이고 이것은 남녀를 구분하지 않고 쓰인다. 반의어는 의미대로 올곧게 쓰이는데 정작 본 단어는 남자에 한해 부분적으로만 쓰이는 지금 상황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 것인가?
여자에게는 "잘생기다"는 말 대신 "예쁘다"와 "귀엽다"는 말을 자주 사용한다는 것이 해답이 될 듯싶다. "예쁘다"는 눈으로 보기에 좋고 사랑스럽다는 뜻을, "귀엽다"는 모양이나 행동이 앙증맞고 곱살스러워 예쁘고 정겹다는 뜻을 가지고 있다. 즉 "귀엽다"는 "예쁘다"의 충분조건이고 "예쁘다"는 "보기에 좋"다는 것과 동치여서 두 단어 모두 "잘생기다"를 표현하기에 충분하다. 아마 두 단어가 표현하는 "사랑스러(ㅂ)"움이나 "앙증맞"음 내지는 "곱살스러"움이 중성적인 "잘생기다"보다 여성의 매력에 더 어울리기 때문에 "잘생기다"의 영역을 대체한 것으로 보인다. "예쁘다"와 "귀엽다"의 반의어가 따로 제시되지 않았다는 점이 이를 방증한다. 결국 "예쁘다"와 "귀엽다"의 여성성에 대응하여 "잘생기다"가 남성성을 띠게 된 셈이다.
그러나 사회적으로 그리 합의되었다 하여 본 뜻에 극적인 변화가 일어난 것은 아니다. "잘생기다"는 여전히 보기에 좋다는 뜻이고 남녀 사람뿐만 아니라 사물까지 객체로 삼는 단어이다. 한낱 돌멩이도 잘생길 수 있는데 여자라 하여 잘생기지 말라는 법은 무엇이고, 예쁘다거나 귀엽다는 말을 쓰지 않았다 하여 언짢게 여길 필요는 또 무엇인가? 말은 잘못이 없다. 그것을 받아들이는 우리의 마음의 틀이 문제였을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