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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gom May 31. 2023

"잘생긴" 여자

왜 "잘생기다"는 말은 남자에게만 쓰는가? 고려대한국어대사전에 따르면 "잘생기다"는 (사람이나 사물의 모습이) 보기에 좋다는 뜻을 가지고 있다. 굳이 남자가 아니라 사람이라 지칭한 이상 여자에게도 충분히 쓸 법한데, 용례가 남자에게만 쓰는 것으로 굳어버려서 여자에게 쓰면 오히려 무례하다고 여겨지는 지경에 이르렀다.


반의어가 "못생기다"임을 고려하면 위 사실은 더욱 어색하다. "못생기다"는 말은 얼굴이나 생김새가 잘나지 못하다는 뜻이고 이것은 남녀를 구분하지 않고 쓰인다. 반의어는 의미대로 올곧게 쓰이는데 정작 본 단어는 남자에 한해 부분적으로만 쓰이는 지금 상황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 것인가?


여자에게는 "잘생기다"는 말 대신 "예쁘다" "귀엽다"는 말을 자주 사용한다는 것이 해답이 될 듯싶다. "예쁘다"는 눈으로 보기에 좋고 사랑스럽다는 뜻을, "귀엽다"는 모양이나 행동이 앙증맞고 곱살스러워 예쁘고 정겹다는 뜻을 가지고 있다. 즉 "귀엽다"는 "예쁘다"의 충분조건이고 "예쁘다"는 "보기에 좋"다는 것과 동치여서 두 단어 모두 "잘생기다"를 표현하기에 충분하다. 아마 두 단어가 표현하는 "사랑스러(ㅂ)"움이나 "앙증맞"음 내지는 "곱살스러"움이 중성적인 "잘생기다"보다 여성의 매력에 더 어울리기 때문에 "잘생기다"의 영역을 대체한 것으로 보인다. "예쁘다"와 "귀엽다"의 반의어가 따로 제시되지 않았다는 점이 이를 방증한다. 결국 "예쁘다"와 "귀엽다"의 여성성에 대응하여 "잘생기다"가 남성성을 띠게 된 셈이다.


그러나 사회적으로 그리 합의되었다 하여 본 뜻에 극적인 변화가 일어난 것은 아니다. "잘생기다"는 여전히 보기에 좋다는 뜻이고 남녀 사람뿐만 아니라 사물까지 객체로 삼는 단어이다. 한낱 돌멩이도 잘생길 수 있는데 여자라 하여 잘생기지 말라는 법은 무엇이고, 예쁘다거나 귀엽다는 말을 쓰지 않았다 하여 언짢게 여길 필요는 또 무엇인가? 말은 잘못이 없다. 그것을 받아들이는 우리의 마음의 틀이 문제였을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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