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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gom Jun 02. 2023

균형

인생은 균형 덩어리다. 모든 선택에는 비용이 따른다. 천칭 하나의 균형을 맞추었다고 섣불리 좋아하지 마라. 천칭 위에 올려놓은 그 추는 사실 새로운 천칭이다. 무한한 프랙탈처럼 선택은 또 다른 선택을, 천칭은 또 다른 천칭을 낳는다.


균형은 소재를 가리지 않는다.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도 우리는 이익과 비용을 저울질하게 된다. 또한 균형은 시공간도 가리지 않는다. 언제 어디에서건 방심할 수 없다. 오늘 아침 운동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천칭 여럿을 대롱대롱 매달고 나왔다고 해도 전혀 이상할 게 없다는 뜻이다.


어젯밤 정말 오랜만에 파닭을 먹었는데 때문에 오늘 운동은 강도를 올려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생각보다 속에 부담이 갔는지 중간부터 배가 살살 아파오기 시작했다. 꾸역꾸역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데 걸으면 걸을수록 통증이 차오르는 것이 느껴졌다. 빨리 걷자니 더 아파질 것 같고, 천천히 걷자니 시간이 오래 걸릴 것 같아 갈팡질팡했다.


가장 큰 천칭은 파닭과 운동의 균형을 맞춘 것이다. 과식했다고 생각했기에 운동량을 늘릴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파닭의 비용은 그것만이 아니어서, 속을 불편하게 만들고 나의 운동을 방해했다. 결국 귀가하는 길에 불편함이 절정을 찍었고 걷는 속도와 복통이라는 새로운 천칭을 또 만들어냈다. 더불어 운동 그 자체도 의심할 바 없이 천칭이다. 달리기는 연골에 부담을 주기 때문에 무릎과 무릎 아닌 신체의 건강을 맞바꾼다. 운동하는 시간 동안 푹 쉴 수도 있었음을 고려한다면 이것도 천칭에 해당한다. 천칭은 관점에 따라 끊임없이 증식한다.


오늘은 안전하게 귀가했다만, 설사 천칭 하나가 균형을 잃는다 해도 당황할 일은 아닐 성싶다. 천칭이 많다는 것은 신경 쓸 게 많다는 뜻이기도 하지만 바로잡을 기회가 많다는 뜻이기도 하다. 집중해서 할 일이 있는 반면 느슨하게 풀어놓는 일도 필요하다. 매사에 균형 잡으려 집착하기보다는 가끔의 흐트러짐도 재미있게 받아들이는 사람이 되고 싶다. 물론 오늘은 아니고. 아파 죽는 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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