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ggom Feb 06. 2017

잠이 오지 않는다

요즘 제때 잠을 자지 못하고 있다. 방학이라 그런지 몰라도 어째 일찍 자는 걸 몸이 전력으로 방해한다. 어이어이, 벌써 하루를 끝낼 생각이야? 폰을 켜보지 않겠어? 재밌는 게 있지 않을까? 톡은 안 왔으려나? 왔으면 답장해줘야지? 운운.


밤에는 아무래도 좀 수위가 있는 걸 보게 된다. 죽은 자 살아남은 자 모두 시뻘겋게 물드는 좀비물이나 시간 장소를 가리지 않고 살색으로 물드는 에로물이나... 밤의 좋은 점은 어둡다는 것 그 자체이다. 실제로는 그렇지 않더라도 내가 하는 일을 아무도 보지 못할 것이라는 안도감을 갖게 된다. 밤에는 솔직한 이야기와 마주하게 된다. 그 대상이 본인이든 타인이든 말이다.


사람이 늦게까지 깨어있는 건 뇌가 오늘의 활동에 만족하지 않아 뭔가를 더 하게 만들려는 것이다, 라는 해석을 본 적 있다. 실로 맞는 말이다. 늦잠도 실컷 자버린 주제에 남은 시간 동안 열심히 빈둥거린 결과 내 몸이 이딴 하루로 나이를 먹기에는 너무 아깝다고 항변하는 모양이다. 미안하다, 몸아. 이 추가시간 동안 할 수 있는 건 온라인에 조잡한 글 한 편 올리는 것뿐이구나...


자고 싶다.


푹 잘만큼 지쳐보고 싶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 드라마 완주! 소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