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마음이 들었어요.

꼼꼼한 잡담 2 |

by 꼼꼼
오늘 아침 출근은 ‘소란’이 있었어요…


갑자기 지하철 한쪽에서 어르신들의 실랑이가 벌어졌는데,

내용은 이렇습니다.


한 분이 다짜고짜 소리를 지르셨어요.

“내가 무릎이 안 좋은데 말이야. 아무도 안 일어서네!”

앉아 계신 분은 제가 딱 봐도 더 어르신인 것 같은. 그리고 무릎이 안 좋으신걸 어떻게 그냥 보고 알아요..;;;

뭐 그렇게 서로 실랑이하시다. 아무도 일어서지 않으니 이제는 가운데로 이동하시더라고요

그리고는 다시 꽥! 하셨습니다.

“내가 무릎이 안 좋은데 말이야…” 다음 말이 끝나기 전에 한 분이 일어나 칸을 옮겼습니다.

그리고 그 자리에 앉으셨죠.

나야 뭐 이미 서서 가는 중이어서 선택의 여지가 없는 상황.


아침 출근이 매우 기분이 안 좋아졌어요.

항상 고요한 지하철이지만,

사람들의 속마음이 시끄럽게 들리는 것 같았어요.

오늘은 햇살이 너무 좋았는데 지하철 안은 어둡고 무거웠습니다.


암묵적으로 지하철 양끝에 있는 12자리는 어르신들이 주로 앉으시죠.

세 자리이지만 마주 보는 세 자리와 지하철 양끝까지 하면 지하철 한 칸에 열두 자리는 어르신들을 위한 자리죠.

아니 원래 그런 건 아니에요. 이곳은 교통약자를 위한 ‘배려석’이니까요.

‘노약자’, ‘임산부’, ‘장애인’, ‘어린이 동반자’들이 고루 앉을 수 있는 자리죠.

모두가 앉을 수 있지만 양보가 필요할 때면 먼저 일어나 주어야 하는 자리라는 의미일 겁니다.


그런데 아예 어르신들 지정석이 된 느낌적 느낌이죠.

비어 있어도 앉기가 꺼려지고요.

요즘 저는 서서 가야 할 때에도 아예 그쪽은 피하게 됩니다.


다른 곳에 앉아있는 이들에게도 자리를 양보하라는 어르신의 윽박에 괜히 심통이 납니다.

필요로 하는 이에게 배려함이 당연할 겁니다.

그런데 필요함이 나 자신일 수도 있잖아요.

나이 듦이 모든 배려와 양보롤 요청할 만큼의 당연성이 있는가에 대한 마음이 있네요.


참! 임산부 배려석인 ‘비워두는 것’이 좋은데.

어르신들이 여기까지 넘어오셔서.

임산부 배지를 단 분이 승차하셨는데도 그냥 버티기로 일관하시면 어쩝니까…


나에게도 올 시간이기도 한데,

본의 아니게 어르신 디스를 하게 되고 말았네요.

그럼에도 맘 한구석에서 자꾸 나쁜 마음이 올라오는 것을 어떻게 하죠.

아마도 화창했던 오늘 아침을 빼앗긴 것에서 오는 퉁명스러움일 겁니다.


하기야 제 엄마도 어디를 가면 배려를 받으시는 나이입니다.

엄마를 만나면 당부하는 말은,

누군가 자리를 양보했다면 꼭 ‘고맙다’는 말을 하면 하시라는 겁니다.

그의 배려가 당연했을지라도 말이죠.


고마움을 표현하는 태도가

나쁜 마음을 누그러뜨릴 것 같아요.


그런 어른이 되어야겠어요.

그리고 굳이 앉아가지 않아도 될 만큼 건강하게 늙어가기 위한 준비를 해야겠습니다.


오늘부터 운동 1일 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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