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적 동면(strategic dormancy)

꼼꼼한 잡담 2 |

by 꼼꼼

살아가는데 녹록지 않은 계절이 되면 자연은 동면(동물-hibernation, 식물-dormancy)에 들어간다 [1].

에너지를 최소화하기 위하여 가지를 정리하고, 잎을 모두 떨어뜨리거나, 체온을 낮추고, 심장도 최소한 생명을 유지하는 만큼 뛴다.

이 시기를 지날 에너지는 뿌리에 모아 두고는 억지로 성장하려고 하지 않는다. 도리어 내부를 단단하게 하고, 잠시 멈추어 뿌리를 깊게 내린다. 상처를 회복하고, 세포를 재정렬하며, 봄을 준비한다. 죽은 것처럼 보이지만 보이지 않는 성장(hidden growth)의 시기다.

자연은 따뜻한 날을 기다리며, 생존을 위한 전략적 선택을 한다. 더 건강하게 다시 깨어날 날을 기다리면서 말이다. 자연의 동면은 패배나 위축이 아니라 겨울을 나는 지혜다. 더 건강한 봄을 맞이하기 위한 준비다.


사회학에서도 전략적 동면에 관한 이야기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단순한 ‘멈춤’이 아니라 조직이 스스로 활동을 최소화하여 생존을 도모하는 ‘전략적 적응’으로 설명한다.

환경이 변하고 위기감이 높게 되면 조직은 변하는 환경에 따라 함께 갱신과 개혁하거나 아니면 활동을 축소하는 방식으로 움직여야 한다.

조직이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후퇴하거나 사라지는 이유는 갱신과 축소 중에서 ‘어중간한 선택’을 하기 때문이다. 확실한 변화도 아니고, 그렇다고 본연에 사업만 두고 규모를 축소하거나 활동을 제한하지 않으려는 마음이 강하기 때문에 도리어 길을 잃고 헤매다 사라지고 만다. [2] 이런 원리는 위기 앞에서 ‘자, 힘냅시다. 으쌰! 으쌰!.’라는 구호를 외치며 과거의 방식을 답습하는 것으로는 안된다는 것이다. 변화에 대한 대응이 미온적일 때 위기는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외부 환경이 복잡해질 때 조직은 구조적 수축기((structural contraction)를 가져야 한다고 학자들은 말한다 [3]. 의사결정을 단순하게 만들고, 외부 활동을 축소하고 역할을 최소화하는 등 조직의 구조를 가볍게 만든다. 그래야 복잡하게 변하는 외부 환경에 적응할 수 있기 때문이다. 탈종교화, 양극화, 세대 간 갈등, 젠더 간 갈등 등 너무 복잡해져서 기존의 구조로는 대응하기 어렵다. 이런 상황에 일일이 모두 대응하기엔 조직의 역량이 버겁게 느껴진다. 도리어 조직의 원래 모습에 더 힘을 기울여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사회도 스스로 ‘위기 사회(Risk Society)’라고 부르고 있다. 이런 상황일수록 숨을 고르고, 리스크를 관리, 흡수, 신뢰 회복, 내부 점검 등 충분한 준비 시간을 가지려 노력하고 있다. [4]

그렇다면 위기 앞에서 우리는 어떤 숨 고르기를 하고 있으며, 어떻게 위기관리를 하고 있는가? 스스로 질문하고 답을 구해야 한다.


덧, 아 오늘은 글이 너무 무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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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동물의 동면(hibernation)과 식물의 동면(dormancy)은 유사하면서도 차이가 있다. 이 두 개의 단어는 조직의 전략적 동면에서도 서로 다르게 이해한다. 나는 이번 글에서 한국교회의 상황은 식물의 동면의 개념이 더 잘 어울린다고 생각하고, 기술할 것이다.

[2] Michael T. Hannan & John H. Freeman, “The Population Ecology of Organizations”, American Journal of Sociology, 1977. • Hannan & Freeman, Organizational Ecology, Harvard University Press, 1989.

[3] Niklas Luhmann, Social Systems (Stanford University Press, 1995). • Luhmann, Complexity and Meaning, 1986.

[4] Ulrich Beck, Risk Society: Toward a New Modernity (Sage, 1992). • Beck, World at Risk (Polity Press,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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