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득권층은 사회에만 있나? 아니, 회사에도 있다
'문화적으로 정치적으로 사회의 지배적 부문을 구성한다고 간주되는 제도와 엘리트 지위의 담당자들로서, 특히 전통적인 지배집단의 구성원들이다. 이 용어는 주로 1950년대와 60년대에 사용되었는데, 현재는 어떤 특별한 사회학적 의미 없이 일반적으로 사용된다.' 하지만 현재 우리가 느끼는 ‘기득권층’이라는 용어는 부정적인 의미로 '지위나 신분, 재산, 인맥 등을 이용하여 초법적 권리를 행사하는 집단' 정도로 해석이 될 것 같다.
이런 기득권층이라는 용어가 기업에서는 '상위부서'란 의미로 사용이 되는 경우가 많다. 회사마다 명칭은 조금씩 다르겠지만 인사권, 예산집행권, 감찰권을 가진 조직과 회사의 전반적인 경영계획을 기획하는 부서 등이 이런 상위부서에 속한다. 이 부서들이 왜 기업에서 문제가 되는지, 해결방안은 없는지 한 번 알아보도록 하겠다.
조선의 중앙정부는 6조로 구성되었으며, 그중 이조는 인사평가가 주요 업무였다. 그 중 이조전랑 자리는 정5품이나 정6품 정도가 임명됨에도 불구하고(※조선시대는 1~9품까지 있어 정5~6품이 높은 직책은 아니다), 언론직(삼사:사간원,사헌부,홍문관) 임명과 후임추천권의 권한이 있어 매우 중요한 요직이었다. 조선 14대왕 선조 시절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던 사람이 동인과 서인으로 나눠지게 된 계기가 이조전랑의 자리 때문이다.
지난 3월 ‘썰전’이란 프로그램에 출연한 정의당 심상정 대선후보는 "정부부처 내에서도 기득권 부서가 있다. 기획재정부나 국토해양부 등이다."라는 발언을 했는데, 심상정 후보에 대한 평가는 뒤로하더라도 기획재정부, 국토해양부, 지식경제부 등은 고용노동부, 보건복지부, 환경부보다는 훨씬 막강한 권력을 가진 것으로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우리나라는 권력의 집중을 막기위해 3권(입법,사법,행정)을 분립하여 상호간 견제와 균형을 유지하도록 하고 있다. 기업도 주요 업무를 각기 다른 부서에서 처리하여 상호간 견제와 균형을 유도하였으나, 서로 암묵적 합의를 통한 서로의 이득을 뒷받침해주는 시스템으로 변질되어 버렸다.
예산을 가진 부서는 인사권과 감찰권을 가진 부서의 예산은 다른 부서보다 후하게 집행하며, 인사권을 가진 부서는 예산과 감찰권을 가진 부서에 고과의 비중을 높이거나, 진급에 우대를 한다. 감찰권을 가진 부서는 예산과 인사권을 가진 부서에 대한 감찰을 느슨하게 함으로써 상호간의 견제가 아닌 암묵적인 합의가 된다.
회사의 외형이 커지고, 지속적으로 발전하는 기업은 위와 같은 상황이 일부 있더라도 존속은 가능했다. 하지만 기업이 위기의 상황에 왔을 때 이런 상황은 매우 큰 문제를 야기한다. 기업의 경우 무엇보다 우선시 되어야 하는 것이 현업부서의 활동인데, 과도한 예산삭감과 꼬투리 잡기식의 감찰, 하위 고과에 따른 진급누락으로 의욕이 저하되는 등 현업부서의 활동이 점차 줄어드는 것이 현실이다.
조금은 과장된 이야기를 하나 해보겠다. 예산부서의 A대리는 현업부서장이 요청한 예산 증액이 경영계획을 초과한다고 '반려'를 한다. 그리고 그날 저녁 회사 '법인카드'를 사적인 용도로 활용하였으나, '감찰팀'에서는 A대리가 감찰팀 예산 집행 담당이라 모른척 넘어간다. 이런 배경을 바탕으로 A대리는 좋은 고과로 과장으로 진급을 한다. 과장된 이야기라고 했으나, 실제로 내가 전해 들었던 이야기다.
이 기득권층의 문제는 개선되기 매우 힘들 것으로 본다. 왜냐하면 이 문제에 대한 개선의지를 가져야 할 대표이사를 포함한 임원들도 이미 기득권층이 되었기 때문에 더는 이러한 문제에 관심이 없고, 기득권층 출신들이 좋은 고과를 받아 주요 요직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이런 관행을 뿌리뽑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다. 단, 대표이사가 자신의 ‘측근들도 내칠 수 있다’는 적극적인 의지를 가지고 일을 진행한다면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은 해본다.
이 문제는 개인적으로 많이 아쉽다. 나는 회사의 발전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하였다고 자부하는데, 이런 기득권층의 행동을 보고 '나 혼자 노력해도 안되겠다. 돈 버는 사람 따로 있고, 쓰는 사람 따로 있다. 공정하지 못하다.'라는 판단이 내가 퇴사를 결심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였기 때문이다.
기업의 기득권층에 위치한 사람들도 여러가지로 힘들다는 말을 많이 한다. 하지만 그 자리에 있는 사람들도 '회사가 있어야 기득권층도 있다'는 것을 꼭 알고, 조금은 투명하고 공정한 방향으로 나아가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