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5주 퇴사를 앞둔 현실적인 이야기

나는 왜 퇴사를 하려고 했는지 다시 한 번 되돌아 본다

by 초봉

퇴사를 하기로 정한 날짜가 이제 1개월 앞으로 다가왔다. 지금의 심경은 다시 돌아올 수 없다는 생각에 이번주는 '퇴사를 한 달 앞둔 현실적인 이야기'라는 타이틀을 달아 보았다.

지난 주말 친구의 결혼식이 있어 고등학교때부터 친했던 친구들과 식사를 하면서 이야기를 나눴다. 내가 조만간 퇴사를 할 것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는 친구들은 '겁나지 않느냐?'고 물었다.


『겁나지 않느냐고? 』


이직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고, 내세울 만한 전문적인 기술이 있는 것도 아니며, 5개월이 된 아이가 와이프의 뱃속에서 무럭무럭 크는 상황이 '겁나지 않는다'라고 하면 거짓말일 것이다. 그러면서 내가 그만두려던 이유를 다시 한 번 생각해보았다.

내가 회사를 그만두겠다고 생각한 이유 중 가장 큰 두 가지를 꼽으라면, 지금까지 매주 블로그에 작성해 온 회사의 불합리한 관행과 거기에 속한 구성원들이 첫번째 이유이며, 그보다 더 큰 이유는 현재 내 상사의 모습이 10년, 20년 뒤의 내 모습이라고 봤을 때 '너무도 암울하다는 것'이 두번째 이유다. 첫 번째 이유는 매주 작성한 글로 설명이 될 것이니, 오늘은 내가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두번째 이유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40대 중 후반, 50대 초반의 선배들은 정말로 힘들어 보인다. 가진 재산은 집한채가 전부인데, 자녀들에게 지출해야 할것은 점차 늘어나고 있다. 그분들도 결혼 전에는 인근에서 가장 비싼 술집에서 후배들에게 술을 사던 선배라고 들었는데, 요즘은 후배들에게 술 한잔 사기도 빠듯한 현실이다.어쩌다 회사에서 두번째 계좌로 입금되는 출장비, 외근비 등으로 투자하던 주식이 조금 오르는 것 외에는 현실적인 즐거움도 거의 없지 않을까? (그 마저도 소액이고, 잃는 경우가 더 많겠지만)

과거처럼 '대기업 근무 = 고연봉'을 보장하는 것도 아니고, 정년은 더더욱 보장해주지 않는다. 대기업에서 수십년을 근무하면 자신의 업무 외에는 전혀 모르는 바보가 되어 간다. 그런데 회사는 경영상의 이유로 신입사원보다 연봉이 높고, 30대보다 머리가 조금 덜 돌아간다고 판단되는 이들을 '회사의 경영상의 이유로' 밖으로 내몰고 있다. 그들은 그냥 버티는 방법 외에는 없다. 그런 모습들이 싫어서, 너무도 비참해서 나같은 30대는 퇴사를 꿈꾸고, 20대는 결혼을 포기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내 미래도 그와 크게 다를 것 같지 않아 퇴사를 결심했다. 내가 변하지 않으면서 내 삶에 어떤 변화가 있기를 바라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했다.


『각자의 방법으로 해결하는 것 뿐 』


다시 친구들과의 대화로 돌아가, 나는 위와 같은 이유를 친구들에게 설명을 했다. 친구들도 공감은 하지만 현실적인 수입은 가장인 자신들에게서만 발생되고, 다른 사람과 비교했을 때 자신들은 연봉과 하는 일에 만족을 하는 편이라고 했다. 금전적으로 부족한 부분은 언젠가 자신의 와이프와 가족들에게 투자를 해서 부수입을 올리는 것을 꿈꾼다고 생각했다. 그들의 생각과 내 생각, 둘 중 틀린 생각은 없다. 문제는 분명하고 해결하려는 방법이 조금 다를 뿐이다.

회사를 다녔던 때를 그리워 할 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현재는 뻔히 보이는 암담한 길을 벗어나고자 노력을 해보고자 하는 것이며, 그것이 요즘 나의 솔직한 심정일 것이다.

※몇일 전 지인에게서 받은 카톡이 있는데 참 공감이 가는 글이라 첨부를 하며, 문제시 삭제하도록 하겠다.


<H자동차 재무팀 ㅇㅇㅇ대리 사직서>


회장님 부회장님 사장님 부사장님 전무님 상무님
미련없이 떠나게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해외잘 될때는 노조에게 국내는 어렵다며 해외성과로 임금을 올려줄 수없다고 하다가, 이제는 국내 잘나가도 해외 어려우니 임금을 올려줄 수없다는 이언령비언령하는 회사? 회사야 망하든말든 순이익30% 내놓으라는 노조? 업무는 치워두고 상사의 엉덩이만 마르고 닳도록 핥아대는 노예근성? 이런 조직문화를 개선한답시고 정작 위에는 손도 못대고 아래직원들부터 바꾸려는 인사?
캐주얼 입히면 새사람 된답디까, 새건물 들어가면 새사람 된답디까, 일주일에 하루 정시퇴근 권장하고 생색내면 만족이 된답디까, 그도 아니면 그냥 성과지표 보여주기 좋은 것만 시행한답니까?
이런 강압적인 기업문화에서 창의력 선진기업문화를 바라는게 아이러니하지 않습니까?
12시땡에 밥먹어야 글로벌 기업의 자세랍니까?
밖에서 볼 때는 거대했던 회사가 안에 들어오니 밴댕이의 소갈딱지였습니다.
이런 주먹구구식에도 굴러가는게 신기하다며 허허실실하고 있겠지요?
밀어부치기만하면 되는 시절이 있었겠지요.. 까라길래 깠더니 황금이 나온 시절이 있었겠지요..
하지만 새로운 패러다임에 맞추질 못하니 SUV도 전기차도 자율주행도 한박자씩 계속 엇박을 타는게 보이십니까...
미래가 보이지 않습니다.
어린 놈이 건방지다하시겠죠. 뭘안다고 말함부로 하냐고 하시겠죠
제가 언급한 내용이 다 맞다고 옳다고 하지 않겠습니다.
하지만 저 중에 하나라도 맞는말이 있을진대 덮어놓고 고까워하신다면... 그 아랫사람 고깝게 구는 꼴은 전혀 볼 수 없는 태도들이 모여 이 답답한 회사를 만들었다고 자책하셔요. 행운을 빕니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D-6주 내가 겪어온 동료들(후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