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저녁이었다. 와이프가 주방에서 설거지를 하고 있었다. 우리 집에서 설거지의 의미는 '나 잠시 육아에서 벗어나 혼자만의 시간을 가질께'란 의미와 상통한다. 그렇다 보니 와이프도 그날은 육아로 많이 힘들었는지 설거지를 자청하고 나섰다.
녀석은 이미 충분히 분유도 먹었고, 목욕도 마쳐 딱 잠들기 좋은 상황이었다. 녀석을 재워 볼 요량으로 녀석을 안고 안방으로 들어갔다. 녀석은 눈이 반쯤 감긴 상태였고 나는 안았다 눕혔다를 반복하며 녀석의 잠을 독려했다. 하지만 딱 잠이 들려고 하면 녀석은 갑자기 눈을 뜨고 울어대거나 칭얼칭얼하며 몸을 뒤집고 있었다.
그렇게 30여분이 지났을까. 녀석은 잠들지 않고 나는 점점 지쳐가는 상황이 되었다. 아마 육아를 하면서 '애를 던져 버리고 싶다'는 생각을 하는 상황이 바로 이런 상황이 아니었나 싶다. 울고있는 녀석을 야속한 눈길로 몇 분을 바라보았다.
와이프가 설거지를 마치고 방으로 왔고, 심상치 않은 기분을 느꼈는지 녀석을 안아들었다. 내 품에 안겨서는 그렇게 울던 녀석이 엄마품에 가더니 조용해졌다. 평소 그런 상황이 발생하면 "여보는 몰랑몰랑해서 그렇고, 나는 근육질이라 단단해서 녀석이 불편해 하는 거야"라고 말했던 농담도 그날은 나오지 않았다. 오히려 그렇게 조용해지는 녀석이 더욱 원망스러웠다.
결국 그 타임에는 녀석을 재우지 못했고, 녀석은 분유를 찾았다. 그렇게 분유를 먹은 녀석이 방구석에 씩씩대고 있는 나를 발견 하고는...방긋 웃었다. 그 어느 때보다 더 방긋 웃었다.
정말 미안했다. 아내에게 미안했고, 녀석에게 미안했다. 아내는 이런 일이 하루에도 몇번이나 있었을텐데, 아빠라는 사람은 바닥에 애기를 눕혀놓고 방치를 하고 있었으니 얼마나 야속했을까. 녀석 또한 최선을 다해 잠들어보려고 노력했을텐데, 아빠의 손길이 거칠고 투박하여 잠을 자지 못했을 뿐일텐데...아빠의 행동이 얼마나 미웠을까.
이런게 부모의 마음일 것이다. 자식에게 화를 내고 삐져봤자 결국은 내가 자식에게 미안해지는 마음. 오늘도 다시 한 번 녀석에게만은 다시는 화를 내지 말아야지라고 다짐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