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휴대폰으로 녀석을 찍었던 영상들을 메모리 관계로 노트북으로 모조리 옮겼다. 그러면서 녀석이 태어났을 때 부터 내가 직접 찍었던 영상들을 하나씩 보게 되었다. 그러면서 "아!"라는 탄식이 나왔다.
녀석이 태어난지 며칠 되지 않았을 때는 '눈만 떴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고, 녀석이 눈을 떴을 땐 '나를 한 번 쳐다봐 주면 좋겠다'고 생각했으며, 녀석이 나를 쳐다봐 줄 때는 '내 목소리를 좀 알아들어 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또한, 녀석이 내 목소리를 알아들은 다음에는 '나를 보고 웃어주면 좋겠다'고 생각했고, 녀석이 나를 보며 웃어줄 때는 '얼른 기어서 장난을 치고 싶다'고 생각했다.
내가 그렇게 바랄 때마다 녀석은 '아빠, 바람 들어줄께요'라고 말하듯 얼마 지나지 않아 내가 바란 것을 해주었고, 또 해주었다. 나도 녀석이 처음 눈을 뜨거나, 처음 쳐다 봤을 때, 처음 목소리에 반응했을 때, 처음 웃어줄 때, 처음 기는 것을 기억하고, 그 모습에 소리를 지르거나 함박 웃었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두 번째는, 세 번째는...
내가 원하는 것을 녀석은 해주었는데, 나는 그 행위를 몇 번 보고는 또 그 다음을 바란 것 같다. 한 번 했던 녀석의 행위는 마치 익숙한 것처럼 치부해버렸던 것이다. 와이프가 잠시 외출을 했을 때 녀석이 나에게 기어오는 것이 그렇게 반갑고 놀랄 일이었다. 하지만 그것이 몇 번 반복되자 녀석을 녀석대로 놔두고, 나혼자 다른 일에 몰두 할 때가 있다. 녀석은 한 번씩 나를 응시하다가도 아빠가 바빠 보이는지 제 장난감을 가지고 혼자 논다. 녀석은 아빠가 바란대로 기었을텐데 외면하는 아빠가 얼마나 야속했을까.
익숙해져버린 것이다. 처음에는 신기했던 녀석의 행동들이 마치 당연한 것처럼 이제는 익숙해져버려 더이상 신기하지 않고, 내 흥미를 잡아끌지 못하는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 반면 녀석은 아침에 일어나서 나를 보면 늘 새롭다는 듯이 방긋 웃는다. 이제는 익숙해진 아빠 얼굴일텐데도 말이다.
녀석에게 '미안한 행동을 하지 말아야지'라고 생각하면서도 또 미안한 행동을 해버렸다.
녀석은 요즘 손을 내밀어 무언가 '요구'를 한다. 그 반응에 모른척 하지 않고 장난감을 잘 쥐어주는 아빠가 되기로 다짐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