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 내, 너의 만행을 기록하고 있지

by 초봉

과거에 들었던 이야기다. 치매에 걸린 어머니와 아들이 앉아 새를 보고 있었다고 한다. 치매에 걸린 어머니가 전깃줄에 메달린 새를 보고 무엇이냐 물었고 아들은 "새입니다"라고 대답을 하였다. 얼마 뒤 치매에 걸린 어머니가 다시 전깃줄에 메달린 새를 보고 무엇이냐 물었고 아들은 약간 짜증난 투로 "새라고요"라고 대답을 하였다. 또, 얼마 뒤 치매에 걸린 어머니가 물었고, 아들은 짜증을 내며 "몇 번을 물어봐요. 새라고요 새"라고 대답을 하였다고 한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어떤 이가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너희 어머니는 네가 어릴 적 궁금한 것을 물으면, 항상 웃는 얼굴로 백 번이고, 천 번이고 말해주었는데, 너는 고작 세번에 그렇게 짜증을 내는 것이냐"

부모의 사랑이란 그런 것 같다. 무언가를 바라지 않고 맹목적으로 주고, 잘해도 본전, 못하면 밤잠을 못자며 자식에게 미안해 하는 그런 마음. 나도 위의 이야기를 듣고 부모님에 대한 마음이 조금은 바뀌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다행인지 모르겠으나 아버지는 내가 어릴 적 나를 보는 것보다 노는 것이 더 즐거워 나에게 무신경했다고 고백하셨다)

그 어떤 행위가 되었던 녀석이 새로이 시작하는 것과 웃으며 하는 것은 그것이 나의 고통과 연관된다고 할지라도 아주 많이 즐겁다. 예를 들면 이런 것이다. 나는 평소 일찍 잠에 드는데, 어떤 때는 녀석보다 더 일찍 자는 경우도 있다. 그럴 때면 녀석은 나에게 기어와 내 머리를 잡초 뽑듯이 뽑아댄다. 어떤 때는 아파서 깨지만, 술에 취해 내가 깨지 않을 때는 내 머리를 뽑다 시무룩하게 돌아서기도 한단다. 그리고 녀석과 단 둘이 집에 있다 화장실이 급해서 화장실을 들어가면 문을 계속 두드리거나 심지어 화장실로 침투하기도 한다. 그것도 씨익 웃으면서.

'반복된 것을 자주할 때 아이들에게 자존감이 생긴다'는 말을 어디서 들은적이 있어 나는 녀석과 주로 '있다없다'장난을 많이 친다. 씻고 머리를 말릴 때도 화장실 문을 열었다닫았다 하며 녀석을 웃기고, 출근 준비를 하면서도 셔츠에 단추를 하나 끼울때마다 왔다갔다하며 녀석과 장난을 친다. 이 장난은 내가 지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녀석의 흥미가 사라지면 끝이난다. 내가 반복된 행위를 좀 잘한다.

녀석이 태어날 때부터 아내는 영상을 찍어 매일 어르신들에게 보내드린다. 녀석의 발달상황이 고스란히 묻어 있으며, 녀석이 내 머리를 뜯고, 씻은 후 크림을 바를 때 소변을 보고, 집안을 어지르는 등 녀석의 만행이라 부를 수 있는 행위들도 고스란히 그 영상에 찍혀 있다. 나중에 녀석에게 그 영상을 보여주며


"니가 예전에 이랬어. 앙! 이젠 니가 머리숱이 더 많으니 니머리를 내가 좀 뜯어보자"
"내가 예전에 이렇게 놀아줬으니, 너 저기가서 있다없다 100번해봐"


라고 할 수 있는 날이 올까?


오늘 밤도 한잔하고 조용히 머리채를 내어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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