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아내는 대기업이라는 치열한 곳에서 근무를 했던 경력탓에 '비교'란 것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는데, 녀석은 다른 아이들과의 비교보다는 녀석 '자체'로 보이기를 원했다. 그래서 녀석에게는 '다음달 쯤이면 뒤집나?', '비슷한 또래애들은 긴다던데'라는 예측이나 기대섞인 말보다 '어, 녀석 이제 뒤집으려고 하네', '오늘 벽짚고 혼자 일어섰어'라는 현상에 대한 말을 많이 해주고 있다.
그런 우리부부의 행동은 명확한 장단점이 있다. 우리가 예측하지 못하는 사이 녀석은 몸무게가 급격히 늘어나는 신체적인 변화와 뒤집고, 기고, 짚고 서는 등의 활동적인 변화로 우리부부를 놀래키곤 했다. 하지만, 때때로 찾아오는 병치레나 원더윅스('#24.2달 뒤에 다시 만나요'편 참조)에는 대비를 하지 못한 것은 단점이었다.
최근 녀석은 감정표현이 부쩍 늘었다. 좋을 때는 팔을 막 휘젓고 '아빠'라고 들리는 소리를 내지르는가 하면, 싫을 때면 인상을 쓰며 징징거리기 일쑤다. 또한, 엄마와 아빠에 대한 감정도 풍부한 것인지 늘 주변에 있는지 확인을 하고, 조금이라도 자신이 하던 행위에 싫증이 나면 아빠와 엄마에게 달려와 안기곤 한다.
매일 아침 우리부부는 마주앉아 밥을 먹고, 녀석은 옆에서 과일을 먹는다. 밥을 먹은 후 녀석을 목욕시키고, 나도 씻은 후 출근을 한다. 현관문을 나서기전 배웅을 해주는 아내와 가벼운 입맞춤을 하고, 녀석과도 입맞춤을 한 후 아내와 녀석에게 손을 흔들고 현관문을 닫고 출근을 한다.
녀석이 '내가 출근하는 것'을 싫어하는 것을 처음 느낀 것은, 내가 현관문을 나서기 전 녀석에게 입을 맞추려 할 때다. 녀석은 나를 보고 있다가 내가 입을 맞추려하자 고개를 홱 돌려 버렸다. 자기딴에는 입맞춤을 하지 않으면 아빠가 가지 않는다고 생각했나 보다. 하지만 나는 재빨리 반대쪽 볼에 입을 맞추고는 손을 흔들고 출근을 해버렸다.
그렇게 며칠이 지난 후 녀석에게 입맞춤을 하려고 하자 무슨 일이 있는 듯이 인상을 쓰기 시작했다. 또 며칠 후에는 내가 바지를 입으려고 할 때 내 다리를 꼭 잡고 못입게 하고, 그 후에는 내가 옷을 꺼내기만 해도 다가와 안아달라고 떼를 쓰곤 했다. 어떤 날에는 자신이 샤워를 한 이후부터 내가 어디에 있는지 계속 확인하기도 했다.
그러다가 막상 내가 녀석의 방해에도 불구하고 출근을 하려고 나서면 그 눈빛은 얼마나 슬픈지. 항상 녀석의 눈빛을 뒤로하고 현관문을 닫고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그 순간에는 신해철의 '슬픈 표정 하지 말아요'라는 노래가 생각이 난다.
앞으로 녀석이 내 출근길을 막는 것은 조금씩 더 심해질 것이라 생각한다. 녀석과 웃고 놀고 싶어서 더욱 출근하기 싫은 아빠의 마음을 녀석은 알까? 오늘도 마음속으로 외치며 출근을 한다.
'아빠 갔다 올께. 빨리 다녀와서 같이 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