녀석이 태어나기 전 나는 아내에게 "녀석이 내 아이인 것을 어떻게 증명할꺼지?"라며 아내에게 장난을 치곤 했다. 하지만 녀석이 태어난 순간 나와 판박이인 모습에 나도 더이상 질문을 하지 않았고, 아내도 굳이 증명을 하려고 하지 않았다. 그리고 아내는 한편으로 아빠와 싱크로율이 너무 높고, 아내와는 조금은 다르게 생긴 녀석의 모습에 조금은 아쉬운 내색을 하곤 했다(평소 아빠의 외모에 만족하지 못하던 것도 한몫 한 것 같긴하다).
예전부터 어린 아이를 가진 부모들에게서 '나를 닮는 건 좋은데, 꼭 나쁜 습관을 닮아'라는 말을 참 많이도 들었었다. 녀석도 커가며 우리부부를 닮기 시작했다. 평소 나와 아내가 했던 습관을 똑같이 보여주었다. 아주 가끔은 녀석의 특이한 행동에 우리부부는
"우리는 하지 않는데 대체 누가 가르쳐준거야?"라고 되묻기도 하는데, 그 모습은 우리아버지거나, 장모님 혹은 처남의 습관이기도 했다. 피는 참 무섭다.
하루는 녀석이 엄지발가락을 발바닥쪽으로 굽히고 앉아 있는 모습을 보았는데, 그 모습은 아내 외에는 그 누구도 알지못하는 내 습관이었다. '저런 것도 따라하는구나'라고 생각할 즈음 녀석은 새끼발가락을 한없이 넓게 펴는 것이었다. 그 펴는 각도가 너무 커 나는 '뼈가 없는 것은 아닐까?'라는 걱정과 함께 아내를 불렀다.
"여보, 새끼발가락을 저렇게 벌려 이상하지 않아?"
"응. 나도 돼"
그렇다. 아내의 버릇이었던 것이다.
처음에 나랑 판박이였다고 생각했던 녀석도 자세히 뜯어 보니 눈썹과 눈은 아내를 빼다 박았고, 피부색도 아내와 똑같았다. 그리고 요즘은 내가 아닌 장인어른과 점차 판박이가 되어가는 모습이다. 장인어른이 피가 아내에게로 또 녀석에게로 전해졌나보다. 그렇게 녀석은 요즘 아빠와 엄마를 반반 닮은 모습으로 변해간다. 어떤 날은 아빠를 더 닮았다가 어떤 날은 엄마를 더 닮은 하루하루가 반복이 되고 있다.
녀석이 크면 클수록 우리를 닮은 모습은 더욱 많이 보게 될 것이다. 아빠와 엄마의 좋은 모습만 닮았으면 좋겠지만 그건 부모의 욕심일 것이고, 서로의 안좋은 버릇이나 습관이 녀석을 통해 나온다고 하더라도 정도가 심하지 않다면 '과거의 추억' 정도로 생각하고 웃어 넘기면 좋겠다.
아직 우리부부는 서로의 장점은 좋게보고, 단점도 '그럴 수 있지' 정도로 생각을 하고 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