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을 하려고 회사를 다니는건지, 술을 마시려고 회사를 다니는건지
회식은 '여러 사람이 모여 함께 음식을 먹음. 또는 그런 모임'을 의미하는데, 대기업에서의 회식은 대부분이 ‘술자리’를 의미하며 일부 구성원들은 회식으로 인해 개인 시간을 뺏기고, 육체적 피로도가 쌓이며, 심지어 회식 자리에서 난 사고로 징계까지 받는 경우도 있다. 한국 사회가 다른 나라에 비해 술에 대해 비교적 관대한 것은 둘째로 치더라도, 대기업 내에는 신입사원 환영회, 부서 단합행사, 승진 축하회식, 위로회식, 송별회, 조직개편 후 회식 등등 너무나도 많은 술자리가 있고, 술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ㅇㅇ회, 동기모임, 동문모임 등 어떻게든 관계를 엮어 회식자리를 만들고 있는것 또한사실이다.
필자도 술을 좋아하는 관계로 상사, 동료, 후배들과 자주 회식을 하는 편이며, 이런 소소한 회식들이 직장생활에서 윤활류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일부 회식의 경우 본질이 너무 변질된 것에 아쉬운 마음이 든다.
※필자도 주변 사람들이 인정하는애주가(술을 잘먹는 것이 아니라 좋아하는 사람)며, 개인적인 모임도 많이 가지지만 술을 권하지 않고(나 먹을 것도 부족하다),본인이 희망하지 않는 회식자리는 참석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는 입장이다.
내가 느낀 바를 말하면 무조건 YES다. 과거 신입사원들을 교육하면서 알게 된 사실인데, 신입사원들이 회사에 입사를 하면서 고민하는 것 중 하나가 ‘신입사원 환영식에서 어떤 건배제의를 해야 하는가’라는 것이다. 일에 대한 스트레스 이전에 회식에 대한 스트레스다.
환영회 이후 회식이 있으면 신입사원은 메뉴, 장소, 중간중간 음식 주문, 회식 종료 후 선배 귀가까지 챙겨야 할 것이 한 두개가 아니다. 또한, 회식 다음날은 '음식이 어쩌고', '대리운전 기사가 늦게와서 저쩌고' 이런 구박들을 다 받아 내려면 그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종종 이런 것들을 잘해내는 신입사원은 어떤 업무를 처리하기도 전에 '센스있고, 준비성 철저한' 사람으로 인정받는 반면 실수를 한 신입사원은 '눈치없고, 공부만 하던 신입사원’으로 오해를 받고 그것들이 나중에 업무능력으로 치부되어 고과에도 영향을 주니 회식도 업무의 연장이라 볼 수 있겠다.
사람은 누구나 술에 취하기 때문에, 술에 취한 상태에서는 속 마음이 그대로 드러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평소 부서장의 총애를 받는 사람의 경우 회식 자리에서는 늘 부서장의 근처에 머물고, 부서장은 계속된 칭찬을 한다. 아무리 능력이 뛰어나더라도 회식의 분위기를 못맞추거나 주량이 약해 부서장의 잔을 거부하는 등의 행동을 하는 사람은 '융통성 없는 사람'으로 평가에서도 불리한 입장에 설 수 밖에 없다. 회식에 참여하지 않거나, 주량이 약해 술에 취해서 몰래 집으로 가버린 사람은 '조직을 와해시키는 사람'으로 각인되어 두고두고 회자되는 경우도 있다.
회식자리는 팀원들의 노고를 치하하고, 팀웍을 다지고, 부서원들의 경사를 축하하는 등 의미가 강조되어야 하는 것인데, 의미는 퇴색된 채 형식만 남은 회식은 요즘 젊은이들을 더욱 힘들게 한다. 특히, 임원 등 높은 사람이 참석을 하게 되면 메뉴선정과 배차, 이동방법, 심지어 건배제의 순서까지도 정해서 보고를 해야 하는 것이 오늘날 대기업의 현실이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정말 멋진 임원은 아랫사람을 격려하는 자리에 참석하지 않고 법인카드만 주는 임원이 아닌가 싶다.
심한 경우 모두가 회식자리에 도착했으나, 임원이 오지않아 음식에 손 하나 대지 못하고 한 시간을 기다리고, 임원이 나타나면 모두가 일어서 기립박수를 치는 모습은 일반인들에게는 어색하겠지만 대기업 사원들에게 그리 어색한 풍경은 아닐 것이다.
또한, 부서장을 비롯한 상사들은 회식자리에서 그동안 마음을 열지 못했던 부서원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격려를 해야함에도 불구하고, 최근 프로젝트에서 이룬 그들의 무용담과 그들이 신입사원 때 이뤄낸 성과를 칭송 받는 자리가 되기를 원한다.
과거에 우리 아버지들은 회사일로 인해 육체적, 정신적으로 힘든 나날을 보내셨고, 가장이라는 이름 속에 가족들의 이해와 희생도 있었다. 언제나 피곤하고 늦게 집으로 오시는 아버지들을 위해 피로회복제, 숙취음료 광고도 참 많았다.
하지만 시대가 지났다. 현재의 많은 회사들은 접대나 개인적인 친분 등 관계 중심이 아니라, 그 회사가 가진 기술력, 역량 등 능력중심으로 파트너를 선정하고 있다. 대기업인들이 불필요한 회식을 지양하고, 대기업 구성원 각자가 자기계발에 힘쓰는 것이 개인도, 회사도 더불어 가족의 행복도 이끄는 길임을 알아야 한다.
회식으로 인해 평소 스마트한 이미지 대신 주사로만 기억되는 상사, 장모님 생신에 만취해서 들어갔던 동료, 잦은 회식으로 타지에 근무하는 여자친구와 헤어진 후배 등은 더 이상 대기업에서 일어나지 않았으면 하는 일이다. 그런 의미로 중식시간을 이용한 회식, 각종 체육행사나 영화관람 등 건전한 회식을 하는 곳이 늘고 있는 점은 매우 긍정적인 것 같다.
마지막으로 대기업 임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 회식문화를 바꾸자는 캠페인을 많은 대기업에서 시행했었고 현재도 시행하고 있는데, 거기에 앞장서야 할 임원분들이 벌주, 사발주, 잔 권하기 등 캠페인과 역행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경우가 많다. 다시 한 번 생각하셔서 그런 태도가 변화되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