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0대의 페르소나를 가진 식당들.
며칠 전 학교 근처에서 친구와 식사를 하려 유명한 식당을 찾은 적이 있다.
'제주 상회'라는 꽤나 유명한 식당인데 언제나 붐벼서 사람들이 대기표를 받고 기다리고 있다.
제주 상회의 초기 페르소나는 예측하건대 다음과 같다.
20대 후반의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가성비를 중시하는
남자 친구가 있는
분위기 좋은 아담한 가게를 좋아하는
SNS를 자주 사용하는
맛집 탐방을 다니는
여성
페르소나를 설정한 후엔 이 가상의 인물에 최적화된 마케팅, 음식을 제공하게 된다.
간단한 메뉴 구성, 밖에서 기다리는 사람들을 위한 캠핑 의자 및 무릎 담요, 깔끔한 인테리어, 감성적인 간판 등등.
이 가게를 구성하는 요소 하나하나가 페르소나에 최적화되어 있다.
만약 캠핑 의자가 없다면? 간판이 지저분하다면? 메뉴가 다양하다면? 지금과 같은 인기를 누리기 힘들거나 고객층이 바뀌지 않을까?
제주 상회는 '골목'에 위치한 '작은' 식당이다.
여기서 '골목'과 '작은'에 초점을 맞춰볼 필요가 있다.
두 가지 단어를 바탕으로 상상해보자.
어떤 식당의 이미지가 떠오르는가?
화려하고 시끌벅적한 파티 분위기의 식당은 아마 아닐 것이다. (물론 개인차가 있다.)
그리고 방문하는 사람들이 기대하고 있는 것들 역시 유사할 것이다.
물론 '맛'과 '분위기' 두 가지 토끼를 잡으려 하는 사람들 말이다.
대기 시스템은 원초적인 번호표 시스템을 사용한다.
만약 스타벅스의 사이렌 오더와 같은 기술을 접목하면 어떨까? 기다리는 사람들의 불편을 해소하고 더 많은 사람들이 편하게 이용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꼭 그렇지는 않다.
사람들은 무의식 중에 '골목 작은 식당'이라는 이미지와 현실에서의 부조화를 인지할 것이다.
제주 상회는 기다리는 것 마저도 가게의 문화로 잘 승화해냈다.
선택지가 다양하지 않다.
앞서 언급한 페르소나에 맞는 여성들이 대화를 하고 있다고 가정해보자.
'우리 된장찌개 먹으러 갈래?'라는 질문이 나올 때 어떤 선택지들이 나올 것 같은가?
김밥천X?, 포마X?,
물론 혼밥을 할 때에 자주 이용하는 식당들이긴 하지만 여러 사람들과 함께 있을 때에 우리는 '된장찌개'라는 단어로부터 생각을 시작한다.
즉, 된장찌개에 최적화된 식당을 떠올리게 되어있다는 말이다.
제주 상회의 메인 메뉴는 '고기 국수', '고기 국밥'이다.
다시 생각해보자.
'고기 국수 먹으러 갈래?'라는 질문에 어디를 떠올릴 것인가?
메뉴가 다양한 집은 역설적으로 정말 맛있는 메뉴가 없다는 말과 같다.
(선택 장애를 겪는 페르소나를 배려한 것이기도 하겠다.)
사실 반사 이익을 노릴 수 있는 방법들에 대해서도 여러 아이디어가 생각났지만 이는 다음번에 얘기하도록 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