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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꼼마 May 15. 2016

#8 베트남 여행기

세날 - 셋


 - 깟깟마을


깟깟마을에 들어서면 노점상들이 길 양 옆으로 늘어서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리고 내가 알아들을 수 없는 말로 이야기를 한다.


아담하고 아름다운 돌길


여기서 좋았던 것은 가게 주인들이 호객행위를 잘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물론 나에게만 하지 않은 것일 수도 있다.


혼자 다니고, 짠돌이 같이 생겨서(?) 그런가?


아. 호객행위를 하는 사람은 주로 '아이들'이다.


대부분의 아이들이 팔찌, 장식품 같은 것들을 가지고 있으며 관광객이 나타나면 불쌍한 표정을 지으며 손을 내민다.

사달라는 것이다.

굳이 사고 싶지 않다면 사지 않아도 괜찮다.

아이들은 그리 끈질기지 않았다.


저 앞에 아이들이 엄청나게 많이 모여있다.


그리고 관광객(동남아 사람으로 보임) 몇 명이 손에 과자들을 들고 있었다.

관광객 중 한 명이 과자를 하나 꺼내자 아이들이 슈슈슈슉 달려들었다.

아이들이 달려들자 그들은 모자를 하나씩 주기 시작했다.

아이들이 모자를 받고는 엄청 좋아서 어쩔 줄 모른다.



처음엔 이렇게 아이들을 위해 과자를 주고, 모자를 주는 것이 굉장히 보기 좋아 보였다.

하지만 이내 생각이 바뀌었다.


관광객들이 아이들에게 무언가를 주는 일은 굉장히 흔한 일일 것이고, 어느 순간 아이들은 그것을 당연하게 생각하게 될 것이다.


자신이 노력해서 받는 정당한 대가가 아닌, 누군가에 호의에 의해 주어지는 것에 익숙해지는 아이들.

그들이 자라면 어떻게 될 것인가.

그리 긍정적인 모습으로 비치지는 않는다.


실제로 사파 트래킹 코스엔 쓰레기가 굉장히 많다.

우리나라 산들보다 훨씬 많은 쓰레기가 곳곳에 버려져 있다.


길을 가다 만난 아이도 과자를 먹고 나서는 아무렇지도 않게 과자 봉지를 바닥에 던져버린다.

그리고는 새로운 과자를 다시 먹는다.

아마 이 역시도 누군가의 호의에 의해 손쉽게 얻은 것들에 대한 익숙함이 원인일 수 있을 것이다.




 - 사파의 모습


사파에는 대나무가 정말 많다.

그래서 그런지 트래킹 도중에 대나무로 만든 정말 많은 것들이 보인다.

대나무로 밭 주변을 둘러쌓기도 하고, 물을 이용해 방아를 찧기도 한다.



이곳은 정말 아름답다.

한국의 6~70년대의 모습에 고산지대라는 독특한 환경이 더해져 정말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광경을 만들어낸다.


구름 속에 들어와있는 것은 기본이고, 동물, 식물 그리고 사람이 조화롭게 어우러져 있다.



나는 보통 관광객들이 가지 않는 길을 찾아 돌아다녔다.

굳이 그렇게 마음먹은 것은 아니고, 아무런 목적 없이 걷다 보면 어느새 한적한 곳을 걷고 있다.


마을은 대부분 비어있는 경우가 많았다.


집을 짓는 공사를 하는 사람들과 어린아이들 몇몇을 제외하고는 아마 관광객들을 상대로 장사를 하기 위해 나가서 그런 것 같다.


여기 아이들은 참 재밌는 장난감을 가지고 있다. (재미?)

조그만 돌멩이에 줄을 감아 마치 강아지를 데리고 다니는 것처럼 끌고 다닌다.

조그마한 마을을 걷고 있는데 어떤 한 아이가 돌에 줄을 잘 묶지 못해 묶어주었다.


시크한 표정으로 고맙다는 말도 없이 걸어가버렸다.


이곳의 동물들은 굉장히 자유롭다.


소, 닭, 돼지 등이 자유롭게 돌아다니고, 풀을 뜯는다.

대부분의 닭은 병아리들을 엄청나게 많이 데리고 다닌다.


신기한 점은 내가 다가가면 각자의 집으로 슈슈슉 하고 달려간다는 것이다.




 - 우연한 만남


앞서 말했지만 내가 다니는 곳에는 관광객이 한 명도 없었다.

그런데 저 멀리 몇 명의 관광객이 보였다.


어차피 내가 가고자 하는 방향과 비슷했기에 잠시 후 만나게 되었다.


2명의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온 사람들과 1명의 몽족 가이드, 그리고 영어를 할 줄 모르는 1명의 몽족 여인이 그들을 따라가고 있었다.

아마 사파 타운(사파 중심지)에서 이 몽족 여인을 가이드로 고용했나 보다.


그냥 지나치려는데 가이드가 설명해주는 내용이 너무 흥미로워 잠시 옆에서 듣고 있었다.

그리고 무슨 용기가 났는지는 몰라도 방해하지 않을 테니 따라가게 해달라고 말했다.


물론 그들은 굉장히 호의적이었다! (가이드는 고객들이 싫어할까 봐 주저주저하긴 했다.)



그렇게 우연히 만나 합류하게 된 나까지 5명의 트래킹 그룹이 생겼다.


앞서 말한 영어를 할 줄 모르는 몽족 여인과 나는 말이 전혀 통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많이 가까워졌다.


그녀가 나에게 꽃을 꺾어 선물해줘서, 나도 답례로 꽃을 줬다.



그리곤 서로 말이 통하진 않지만 장난을 치며 걸었다.


그녀는 정말 순수했다.

심지어 내가 사진을 찍어달라고 스마트폰 카메라를 줬지만 어쩔 줄 몰라했다.

가이드가 그녀는 스마트폰이라는 것을 모른다고 했다.


하지만 사진을 굉장히 좋아한다!

자꾸 '후투! 후투!' 이러길래 가이드에게 물어보니 '포토'를 말하는 거란다.

내가 사진을 찍어주면 항상 잘 나왔는지 보여달라고 한다.

그리고는 혼자 '비유티푸! 비유티푸!'이런다.


성큼성큼 잘도 걸어 다니신다.


그녀가 나에게 몇 가지 말을 가르쳐줬다.


헤이몽 : 몽족 사람들

올라 : 일하다.


여정이 끝나는 내내 우리는 심심할 때마다 '헤이몽, 올라! 올라! 올라!' 이렇게 말하며 걸었다.


같이 걷다 잠시 어떤 잎사귀를 꺾어오더니 연주를 해준다.

나도 한국에서 풀피리 좀 불었던 사람이기에 도전해본다.


와... 볼이 너무 당긴다.

진짜 장난이 아니라 소리가 나지 않는다!!


가이드 말로는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몽족 사람들 중에서도 옛날 사람들만 할 수 있다고 한다.


쉽게 생각하지 말라. 사파에 간다면 꼭 도전해 보시길


내가 만난 몽족 사람들은 가이드를 제외하고는 모두가 대나무로 만든 바구니와 우산을 들고 다닌다.


그리고 그 바구니 속에는 사람들에게 팔 팔찌, 가방 같은 것들과 개인 용품들이 들어있다.



문득 얼마나 무거울지, 그리고 그 바구니를 매고 산을 오르락내리락하는 것이 얼마나 힘들지 궁금해졌다.


그녀에게 도와주겠다고 하자 순순히 바구니를 넘겨준다.

그리고는 엄청나게 좋아한다!

뭔가 착한 일을 한 것 같아 기분이 좋다.



그렇게 여정이 끝날 때까지 그녀의 바구니는 주로 내가 매고 다녔다.

은근히 무겁다...

괜히 들어준다고 했다...


아마 이 역시도 돈을 내고 트래킹을 했다면 얻을 수 없는 귀중한 경험 이리라.


나중에 숙소에 돌아와서 알았지만 어깨가 다 까졌다...


길을 걷다 보면 정말 소소하지만 재밌는 것들을 볼 수 있다.


엄청나게 큰 돼지를 묶는 것을 보기도 하고, 꼬마 아이가 논에 들어가 장난을 치기도 한다.

중간중간에 매점도 있고 강가에서 쉬기도 했다.

길을 버팔로가 막고 있어 잠시 기다리기도 했다.


마지막 사진은 알비노 버팔로다!!! (내가 살면서 언제 자연 속에서 알비노 버팔로를 보겠는가!)



가이드는 정말 영어를 잘한다.

나보다 잘하는 것은 물론이고, 대부분의 한국사람들보다 훨씬 영어를 잘하는 것 같다.


아마 그녀와 가족의 생계가 그녀 손에 달려있기 때문이려나



산을 오를수록 아름다운 풍경이 눈앞에 펼쳐진다.

사진으로 보는 것과 실제로 보는 것은 정말 천지 차이다.





 - 점심 식사


우리는 정말 열심히 걸었고, 어느새 식당에 도착했다.


이번 여행을 하면서 가장 뻘쭘한 순간이었다.


같이 동행하던 외국인들과 같이 식사를 하려고 했는데 가이드가 말린다.

저쪽에 혼자 가서 먹으란다.


자기는 괜찮지만 두 고객은 어마어마한 돈을 내고 왔기 때문에 계속 같이 있으면 안 될 것이라고 한다.


기회가 되면 몽족 사람의 집에서 홈스테이를 해보고 싶었지만 가이드의 그 말에 뭔가 창피한 느낌이 들어 나도 이제 사파로 돌아갈 생각이었다고 했다.


그녀가 그럼 먹고 싶은 메뉴를 말하면 주문을 해줄 테니 먹고 가란다.

같이 동행한 몽족 여인에게 '라오챠이'마을까지 나를 안내해달라고, 그리고 그곳에서 사파까지 오토바이를 불러달라고 부탁할 테니 먹고 어서 가란다.


튀긴 국수를 주문했다.

맛은 둘째치고 입으로 먹는지 코로 먹는지 모를 만큼 후다닥 먹었다.


가격은 3만동인가? 했던 것 같다. 확실하지는 않다.


두 외국인은 2박 3일 동안 트래킹을 하는데, 먹는 것 자는 것까지 모두 비용을 지불했다고 한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그들의 여정에 오랫동안 껴있는 것은 가이드와 그 두 명에게도 엄청난 실례가 아닐 수 없겠다.


정말 민망했다.

아직 철면피가 되려면 멀었나 보다.


허겁지겁 밥을 먹고 계산을 하고 인사를 했다.

그리고 진심을 담아 고마움을 표현했다.


그래도 정말 고마운 사람들이다.

일면식도 없는 나에게 호의를 베풀어주고 잊을 수 없는 경험을 하게 도와주지 않았는가!

오히려 가이드가 직접적으로 얘기해 준 것이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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