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기 전
자주 만나는 친구들이 있다. 뭔가 나사가 하나 둘씩은 덜 조여진 친구들이다. 아마 정상은 나밖에 없을지도 모른다. 그중 한 명인 곽씨는 몇 년 전부터 입버릇처럼 말하곤 했다.
'인도 갈래?'
항상 말만 하고 인도에 뭐가 있는 줄도 모르는 곽씨는 언제나 우리의 좋은 안주거리였다. 근데 그것도 한두 번이지 몇 년 동안 듣다 보니 노이로제가 걸릴 지경이다. 마침 하던 일도 그만뒀고 나도 인도를 꼭 가보고 싶었기에 가기로 했다.
'야 우리 겨울에 인도 가자.'
'콜'
그렇게 우리는 인도를 눈에 담기로 결심했다. 사실 '결심'만 했다. 언제 얼마 동안 어디를 갈지도 정하지 않았다. 참 재밌다. 서로 상대방이 '뭐 어떻게 하겠지'라는 마음으로 아무 생각도 하지 않는다. 남자들 특유의 게으름이다. (물론 남자만의 전유물은 아니지만) 미루고 미루다 더 이상 미룰 수가 없는 날이 왔다.
언제 갈지 날짜를 정하고 (1월 31일 ~ 2월 16일), 여행을 시작하기 한 달 전 항공권을 구매했다. 항상 스카이스캐너(Skyscanner)를 이용하는데 뭐 들리기론 이게 항상 최저가를 보여주지는 않는다고 했다. 그래도 익숙한 게 최고다. (사실 다른 곳을 알아보기엔 너무 귀찮았다.) 게으름뱅이 두 남자다. 49만 원에 중국을 경유해 인도 델리를 왕복하는 항공권을 구했다. 인도라는 나라가 굉장히 가까울 줄 알았는데 은근 멀다. 나중에 알게 됐는데 대한항공(?)이 델리 취항 기념으로 왕복 직항 56만 원 정도랬다.... 후... 7만 원만 더 투자하고고 시간을 살 수 있었는데! 게으름의 결과다.
여행지를 정하는 것도 단순했다. 이번 여행에선 누군가에게 리드당하고 싶었다. 그래서 곽씨의 결정에 최대한 따르기로 마음먹었다.
'인도 어디 가지?'
'심라, 바라나시 가보고 싶었어'
'그래 그럼 거기 가자'
여행의 목적지는 그렇게 정해졌다.
이번 여행의 목적은 단 하나다. 그냥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는 것
'곽씨. 우리 거지 같은, 진짜 인도 같은 여행을 하자!'
깔끔하고 세련된 여행보다는 아무 생각 없이 먼지를 먹어가며 사람 냄새나는 여행을 하고 싶었다. 자신 있었다. '뭐 침낭 펼 수 있고, 더러워도 먹을 수만 있으면 어떻게 살 수 있겠지'란 자만심에 가득 차있었다. 결과적으로 진짜 고생도 많이 하고 힘들었다...
시간은 흘렀고 어느새 여행은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막상 갈 때가 다가오니 아무 계획 없음이 불안하기는 했다.
'우리 간단한 계획이라도 세워야 하지 않냐? 적어도 첫날 숙소라도?'
'그냥 가자...'
그래. 게으름뱅이들에게 뭘 바라겠나. 몸성히 갔다 오면 될 터이다. 그래도 죽기는 싫어서 보건소에 가서 장티푸스와 A형 간염 예방주사를 맞았다. 이제 준비는 끝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