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웅은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대중들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이다
이문열 저 | 다림 |
1. 줄거리
한병태는 도시의 좋은 학교에서 시골의 학교로 전학 온 첫날, 반장 엄석대를 만나게 된다. 엄석대가 선생님 이상의 막강한 권력을 반에서 휘두르자, 그에게 대항하려 했으나 그럴수록 친구들이 자신을 따돌리고 선생님조차 자신을 나쁜 아이로 대하는 것 같아 결국 굴복하고 만다. 엄석대는 반 아이들에게 돌아가면서 자신의 대리시험을 보게 하는 등의 비리를 저지르고 한병태 역시 이에 가담한다. 하지만 6학년이 되어 담임선생님이 바뀌면서 엄석대의 체제는 서서히 무너져간다. 선생님은 반 아이들에게 엄석대의 비리를 말하게 하고 엄석대의 권력 행위를 비난하며 그에게 집중되어있던 힘을 빼앗는다. 그러던 어느 날 엄석대는 우리에게서 모습을 감추었고 이후로도 한동안 볼 수 없었다. 세월이 흘러 한병태는 대기업에 취업했다가 실직한 상태로 경찰에게 양팔이 잡혀있는 엄석대와 재회한다.
2. 곰순이의 감상
이 작품의 첫 문장은 ‘벌써 30년이 다 되어가지만, 그 해 봄에서 가을까지 외롭고 힘들었던 싸움을 돌이켜보면 언제나 그때처럼 막막하고 암담해진다’로 시작된다.
이 소설은 우리 사회의 축소판이다. 병태네 반 반장인 석대의 만행을 우리 사회가 겪고 있는 부당한 현실을 빗대어 교실이라는 공간으로 축소한 것이다. 엄석대가 서울에서 온 병태에게 한 짓은 정말 부당하고 누구에게도 도움받지 못하는 막막한 일이었고, 현실에서도 그런 억울하고 부당한 일들이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다. 선생님처럼 아이들에게 명령하고, 좋은 물건은 빼앗아서 빼돌리는 엄석대의 행동은 우리 사회에서 나쁜 짓을 하는 권력자들의 모습을 그대로 닮아있어서 마음에 와닿았다.
3. 곰엄마의 감상
엄마가 그 중요한 고2 시험 기간에 밤새워 읽었던 책이었다. 지금 딸이 읽은 책 보다 훨씬 더 두꺼운 원작이었는데 어찌나 몰두했는지, 그 당시 반장, 부반장, 담임선생님을 다시 훑어보고 두 번 보고 세 번 보고 혼자서 예민해졌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지금 읽어보는 느낌은 또 다르구나. 어른의 역할에 대해 계속 생각하게 된다.
5학년 담임선생님. 엄석대에게 모든 권한을 주고, 엄석대 마음대로 엄석대 왕국을 만들 수 있게 해 준 어른. 6학년 담임선생님처럼 아이들 세계에서 문제의 핵심을 단번에 알아차리고 자기만의 방식으로 해결하려는 어른.
엄마가 혜교 나이였을 때는 서른 살 정도 되면 어른이 확실하고, 어른답게, 어른으로 살아가는 것이 당연할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마흔 살이 훌쩍 넘은 지금도 난 어른이 아닌 것 같고, 어른다운 것이 무엇인지조차 모르겠다.
난 5학년 담임선생님처럼, 혹은 6학년 담임선생님처럼 때때로 얼굴을 바꾸며 상황에 따라 엄마 꿀리는 대로 그때그때 편하게 딸을 풀어주었다가 지적했다가 하는 줏대 없는 어른이었다.
그에 비해 흔들리는 엄마 안에서 항상 중심을 잡고 길을 제시해주던 혜교는 엄마의 진정한 영웅임이 확실하다.
4. 써니쌤의 감상
사필귀정(事必歸正). 모든 일은 반드시 바른길로 돌아간다고 했다. 엄석대를 만난 ‘나’는 어떤 태도로 학교생활을 했을까? 5학년, 나는 과연 부당함에 나의 권한을 행사할 능력이 있었을까?
5학년 담임선생님이 있는 학급이었다면, 나 또한 권력에 기생하고 학교 졸업을 기다리는 학생이 아니었을까? 그러나 인간은 ‘선(善)’과 ‘정의(正義)’를 추구하고 ‘미(美)’를 숭상하는 본능을 믿는다. 6학년 담임과 같은 스승은 우리 사회에 곳곳에 존재한다고 믿는다. 존재해야만 한다. 이것은 권한이고 책임이다. 대한민국은 인류는 나의 안락함(부당함)으로 끝나는 곳은 아니기 때문이다. 미래세대에 엄석대가 나타나지 않도록 우리는 善, 正義, 美를 목표로 사회를 이끌어야 한다.
5. 아이들과 이야기해 볼 수 있는 것들
* 내가 회장이 된다면, 어떤 일을 하고 싶나요?
* 옳지 않다고 생각함에도 병태처럼 힘과 권력이 두려워 정의를 눈 감은 적이 있을까요?
* 나에게 ‘일그러진’ 영웅이 아닌 진짜 영웅이 있을까요?
* 어떤 선생님이 진정한 스승일까요?
6. 토론 주제
* 엄석대에게 빌붙어 생활하던 친구들은 후에 담임선생님의 추궁으로 엄석대의 악행을 고발하는 행동을 한다. 이들은 억울한 '피해자'일까? 병태 말처럼 ‘변절자’일까?
* 아이들이 석대의 잘못을 밝힐 때, 병태는 잘 모른다고 하며(실제로는 알고 있지만) 침묵을 지켰다. 이것은 친구를 위한 옳은 행동일까,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