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그건 고양이 맘이야

by 로빈


아침에 일어나

앞발 모아 엉덩이 올리고 기지개를 한껏 켤까

아니면, 하품 한번 드륵드륵 발톱 박박 긁을까


그건 고양이 맘이야


처음 보는 간식을

찹찹찹찹 맛나게 먹을까

아니면, 슥슥 삭삭 앞발로 묻을까


그건 고양이 맘이야


날아드는 장난감 나비를

파바박 훌쩍 뛰어 입으로 낚아챌까

아니면, 발 위에 턱 괴고 한 번 봐주기만 할까


그건 고양이 맘이야


내리쬐는 햇볕 아래

풀내음 킁킁대며 창밖 참새 구경할까

아니면, 온 몸 둥글게 말고 달콤한 낮잠에 빠져들까


그건 고양이 맘이야


집사 옆 지나가다 슥 들어올려져 꼭 안기면

꼬리 팔랑거리며 가만히 있을까

아니면, 가슴 밟고 폴짝 뛰어 방 밖으로 달려나갈까


그건 고양이 맘이야


오늘은

아빠 팔에 얼굴 파묻고 잘까

아니면, 엄마 다리 사이에 꽉 끼어 잘까


그건 고양이 맘이야


꿈 속에 지난 날 풍경 떠오르면

배고픔에 홀로 떠돌던 겨울밤 색으로 칠할까

아니면, 매미소리 아래 함께 뒹굴거리던 여름바람 색으로 칠할까


그건 고양이 맘이야


내일은

해가 뜰까

아니면, 비가 내릴까


그건 고양이 맘이야


내 삶의 의미를 어디에 둘까

내 삶의 기쁨을 무엇에 둘까


그건 고양이 맘이야


keyword
일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