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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홍 발의 최면술

by 로빈


집에 가면

거실에 있던 고양이가 날 바라본다


고양이네 집에

내가 방문한 느낌이다


날 보며 눈을 깜빡 깜빡 거리면

나도 눈을 깜빡 깜빡 하게 된다


나도 고양이 말을 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다


무르팍에 뒹굴며 골골거리는

고양이 배를 조물딱거리다

정신을 차려보면

어느새 창 밖 풍경이 바뀌어 있다


고양이의 시간이 흐르는 시냇가에

휩쓸려가는 느낌이다


분홍 발을 꼭꼭 눌러보면

고양이 꼬리가 이리 살랑 저리 살랑

이리 사알랑 저리 사아알랑

움직인다


분홍색의 세계에

빨려 들어가는 느낌이다


화들짝 놀라는 고양이 눈길을 따라

창 밖 날아가는 새를 돌아본다


내 눈도 동공이 커다래진 고양이 눈이

된 느낌이다


노곤함에 침대에 쓰러져 웅크려 누우면

고양이가 종아리에 고개를 올린다


움직이면 안 되는 고양이 베개가

된 느낌이다


굳어져가는 다리에 느껴지는 미세한 진동

고요한 방 울려퍼지는 고로롱 고로롱 소리


고양이를 따라

눈을 감아본다


어느새 나도

고양이가 된 듯한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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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