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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수염

by 로빈


아내는 고양이 수염을

행운의 선물로

여겼네


거실 바닥

탁자 구석에

숨어있던


고양이 수염을

어쩌다

찾았을 땐


커진 눈

벌어진 입

환한 얼굴로


날 보며

하늘 높이

고양이 수염을 치켜들었지


고양이 수염은

내게

아내의 미소를 안겨다주는


행운의 선물이었지


어느 날 행운이

이리 삐죽 저리 삐죽

자라나 있는


네 얼굴을 보았지


이제 보니 넌

보일 듯 보이지 않는

행운을 온통

얼굴에 달고 있었어


늘어지는 낮잠

긴 하품 한번 한 후

당당하게 이리저리 보금자리

순찰하다


그림자

아내 얼굴

스쳐 지나가면


열심히 길러놓은

행운 하나

톡 떼어놓고


아내 다리에

얼굴 비벼대며

숨어있는 행운 찾아보라 재촉하네


행운은,

아니 행복은,

고양이 수염을 닮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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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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