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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개발자 꿀 Aug 21. 2019

스웨덴에 오면 Oatly를 사라

스톡홀름살이 11

나의 첫 vegan-friendly city


채식에 대한 지식이 많이 보편화되어 한글 '채식'에 여러 단계의 식습관이 포함된다는 것은 상식이라고 봐도 될 것 같다. "저 채식해요"라고 말하는 것은 채식주의자가 자신을 설명하기에 불충분하다는 말이다. 그가 유제품도 먹지 않는다면 "저는 비건입니다"라고 말해야 한다. 그런데 어째서 단어 '채식'이 포함하는 실제적인 단계들, Vegetarian이나 Vegan은 여전히 영어를 빌려 말해야 하는 것일까. 단지 영어가 통용되는 세상이다 보니 딱 맞는 한글 단어를 만들어야 할 특별한 이유가 없는 것일까? 아니면 말해지는 횟수가 너무 적어서? 스웨덴 레스토랑에서 비건이나 베지테리언 표시를 보면서 딱 맞는 한글이 없어서 아쉽다는 생각을 했다.


내가 살고 있는 스톡홀름으로 한정해서, 이 도시에서는 채식주의자로 사는 것이 한국보다 수월할 것 같다. 한국에서 채식을 한다고 하면 바로 상상할 수 있는 '왜 채식을 하느냐'로 시작해서 '채식하면 건강에 좋지 않다', '채식하는데 왜 날씬하지 않냐'같은 오지랖은 어떤 자리에서도 들어본 적이 없다. 스웨덴에서 채식 문화의 역사는 모르겠으나 이 나라 사람들은 식사 자리에 채식주의자가 있는 것이 익숙한 것 같다. 그래서 여러 명이 모이면 모두 먹을 수 있는 음식이 있는지 꼭 확인하고 모임의 규모가 크면 채식에 대해 미리 요구사항을 받는다.

대다수의 레스토랑에서 베지테리언이나 비건을 위한 메뉴를 찾을 수 있다. 심지어 카페에서도 예외 없이 우유와 우유가 아닌 것(콩이나 오트) 중에 선택할 수 있다. 친구의 말에 의하면 버블티를 주문할 때도 우유를 대체할 수 있다고 하니 정말 속속들이 채식주의자들을 위한 선택지가 열려있다.

Oatly는 귀리(oats) 음료를 만드는 스웨덴 출신 브랜드다. 커피를 만들 때 우유를 대체할 수 있는 회색 패키지의 주력 상품 'Oat drink barista edition'를 포함하는 귀리 음료, 요거트, 스프레드(크림치즈처럼 빵에 바를 수 있는), 심지어 아이스크림까지 귀리로 다양한 유제품 대체제들을 생산한다.

나는 스웨덴에서 다니는 회사 냉장고에서 이 브랜드를 처음 알았다. 우리 회사에는 커피머신 근처 냉장고에 우유와 오틀리 귀리 음료가 항상 채워져 있어서 커피머신을 관리하는 분들이 기계에 라떼용 우유를 채워 넣기도 하고 회사 직원들이 자유롭게 꺼내 마실 수도 있다. 스웨덴에서는 라떼도 마시지만 아메리카노나 드립 커피에 거품을 내지 않은 평범한 우유를 넣어 마시는 것이 흔한 카페 풍경이다. 물에 우유를 섞는 것처럼 들리겠지만 커피가 진하다 보니 우유가 좀 들어가야 편하게 마실 수 있는 부드러운 커피가 된다. 나는 회사 사람들이 커피머신에서 아메리카노를 내려서 오틀리를 조금 타 마시는 것을 보고 따라 하기 시작했다.


1985년생인 이 브랜드는 최근 몇 년 사이 우유 섭취 감소와 대체품의 유행을 타고 미국에서 크게 성공하고 홍콩에도 본격적으로 진출했다고 한다. 미국에서는 Intelligentsia, Blue Bottle 나 La Colombe처럼 유행하는 커피 브랜드에 납품하는데 작년에 뉴욕에서 없어서 못 판다는 기사가 나오더니 앞으로 공장을 더 지을 계획이라고 한다. (참고한 기사는 아래에 링크)


귀리 음료는 두유와 또 다른 매력이 있다. 이것은 콩과 귀리의 근본적인 맛이나 냄새 차이에서 오는 것 같다. 오버나이트 오트밀이나 오트밀죽을 만들었을 때 맛이 담백하고 귀리의 냄새조차 거의 안 나듯 오틀리는 담백한 맛이 특징이다. 단맛이 거의 없다는 것은 미리 주의(?) 할 것. 플레인 귀리 음료나 요거트의 성분표에는 설탕이 아예 적혀있지도 않아서 우리나라에서 달달한 두유와는 전혀 다른 맛이다.



무난한 시작은 역시 초코 음료. 카페에서 라떼나 카푸치노를 주문한다면 오틀리로 우유를 바꿔달라고 하거나, 아메리카노에 카페에 구비된 오틀리를 조금 섞어서 마셔보기. 하지만 오틀리 음료는 우리나라에서도 살 수 있으니까 특히 마트에서 Oatly 상표가 보인다면 고민하지 말고 이것저것 도전하는 것을 추천한다. 간단한 아침거리가 필요하면 스프레드를 사서 빵에 발라먹고, 개인적으로는 아이스크림을 먹어보길 권한다. 우리나라에서 아직 판매하지 않는 제품도 있고 음료는 가격이 반값이니까 마트를 구경하면서 장바구니를 채우기에 부담없다. 입맛에 맞으면 비건의 맛에 대한 선입견을 깨는 기회가 될 수도!


[Hemköp과 마켓컬리에서 가격 비교]

* Oat drink barista edition 1L : 18,95 kr (약 2,500원) - 6,800원

* Oat drink chocolate junior 250ml : 6,95 kr (약 900원) - 2,000원


오틀리 스프레드로 만든 아보카도 토스트


아이스크림을 추천하는 이유는 생각보다 맛있으니까!! 일반 아이스크림이 가진 입 안에 달라붙는 맛은 떨어진다. 라떼에 우유를 오틀리로 바꿔도 비슷한 느낌이 나는데 역시 우유가 감칠맛 같은 게 있는 것 같다. 하지만 폭신폭신하게 가벼워서 입 안에서 금방 녹아 없어지고 단맛도 꽤 풍부하다. 나는 비건 아이스크림을 처음 먹어보고 나서야 일반 아이스크림의 단 맛이 입 안에서 얼마나 오래 맴도는지 알았다. 물론 이런 맛도 좋지만 가끔 가볍게 넘어가는 시원한 디저트가 필요할 때는 일부러 오틀리 아이스크림을 산다.

1리터짜리 음료는 집에 떨어지지 않게 마트에 갈 때마다 사는 것 중 하나다. 시리얼을 먹거나 오트밀죽을 만들 때, 커피를 마실 때 등 우유가 필요한 곳에는 전부 오틀리 음료를 넣는다. 스프레드도 자주 사는 것 중 하나인데 빵에 크림치즈 대신 발라서 아보카도를 올려서 가벼운 한 끼를 만들 수 있다.



* 참고한 기사 This Swedish company made oat milk cool in the US. Now it's eyeing China

* 마지막 사진을 뺀 나머지 사진은 Oatly 페이스북 계정에서 가져왔다.



15th August 2019


#스웨덴 #해외생활 #스톡홀름 #비건 #채식 #채식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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