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톡홀름살이 14
스톡홀름에서 보내는 두 번째 겨울과 내가 요가를 하는 이유
10월부터 손으로 쓰는 일기가 거의 비어있는 것을 발견했다. 블로그에 새로운 글도 통 시작을 못했다. 하루에 할 일을 끝낸 뒤면 그냥 누워있다가 잠들기 일쑤였다.
모든 것은 분명 겨울 때문일 거다. 11월부터 스톡홀름은 아침 여덟 시에 해가 떠서 오후 세 시면 밤이 된다. [밤] 해가 져서 어두워진 때부터 다음 날 해가 떠서 밝아지기 전까지의 동안 (네이버 국어사전). 나에게 밤은 하루를 마무리하고 '다음 날 해가 떠서 밝아'질 때를 준비하는 시간이었다. 그래서 해가 지면 퇴근을 하고 저녁을 먹고 잠을 잤다.
하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일몰 시간이 빨라봤자 오후 다섯 시인 우리나라 이야기고, 지금은 깜깜한 밤이 시작돼도 업무 시간이 세 시간이나 남았다. 밤이 되어서 잘 준비를 시작하는 몸을 콜라와 초콜렛으로 억지로 깨워서 버텨야 할 시간이.
올해 11월은 유난히 어두웠다고 한다. 스톡홀름은 11월 동안 평균 52시간 해가 나는데 올해는 28시간이었다고 한다 (아래 기사 링크). 52시간도 30일로 나누면 그리 긴 시간이 아닌데 28시간은 정말 하드코어한 기록이 아닐 수 없다. 낮에는 해가 있는 둥 마는 둥 회색빛 하늘에 하루 걸러서 축축하게 이슬비가 내렸다. 도무지 햇살과 밝음이 끼어들 수 없게 몇 날 며칠에 걸쳐 두껍게 쌓인 잿빛만 있을 뿐이었다.
"불을 켜줘 심장이 깜깜해 오늘도 기분은 시무룩해"
어둠을 맞닥뜨리는 나의 몸은 순식간에 어둠 속으로 빠져듦으로써 자연의 변화에 반응한다. 딱 산소 부족으로 작아진 촛불 불꽃같은 상태가 되어 몸과 마음이 가라앉고 무거워진다. 흔히 '우울한 날씨'라는 말을 쓰는데 나는 우울함보다는 에너지 레벨이 낮아지는 것을 더 크게 느낀다. 감정의 대부분이 우울로 치우치는게 아니라 원래 감정이 뻗어나가던 속도에 못 미치는 것 같다. 그래서 감정을 느끼는 강도가 약해지고 깊이 고민하기도 힘들어지는 것 같다. 몸이 쳐지는 것은 물론이고 말이다.
우리나라의 겨울이 이런 날씨였다면 어땠을까? 지금처럼 큰 영향을 받지는 않을 것 같다. 우리나라에는 햇빛을 보완할 빛이 많다. 자정까지 문을 여는 상점들과 도로에 빼곡한 차의 헤드라이트가 있고, 가게가 문을 닫고 차들이 집에 돌아가도 한 블록 건너 24시간 편의점이 있다. 빛뿐인가, 대도시에는 높은 인구밀도 때문에 어디를 가나 사람들로 소란하고 상점에서는 인도에 스피커를 놓고 노래를 튼다.
그에 비하면 스톡홀름은 놀라울 정도로 조용한 도시다. 상점의 빛도 차의 헤드라이트도 정규 출퇴근 시간을 성실하게 지킨다. 이 도시에 사는 사람들이 얼마 안 될뿐더러 대다수의 사람들은 늦은 밤까지 밖에 머무르지 않기 때문이다. 새벽같이 출근해서 세네시에 집에 가는 사람들도 꽤 많다. 건물 안에서 트는 노래는 밖으로 세어 나오는 법이 없다.
도시의 조용함이 편안하다가도 밤에 잠식되는 시기가 오면 서울의 밤거리가 그립다. 나는 밤늦게까지 돌아다니는 편이 아니었는데도 신기할 정도로 그렇다. 비록 인공적일지라도 번쩍번쩍하는 네온사인과 왁자지껄함이 뿜어내는 에너지에 기대서 잠시 어둠을 잊을 수 있을 것 같다. 인공적인 것들은 강렬한 법이니까.
그래서 나에게는 자가동력이 필요하다. 내가 여기서 찾을 수 있는 에너지 자원은 젤리와 초콜렛이 전부다. 약간의 술과 넷플릭스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지만 나에게는 해당이 안되고, 겨울을 나기에 군것질만으론 부족하므로 자가동력이 필요하다. 조건은 남의 도움 없이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고 영구적이고 다른 물질을 많이 소비하지 않을 것.
생각해보면 나는 그래서 요가를 하는 것 같다. 내가 여태껏 습득한 인생의 도구들 중 땀으로 젖어서 샬라를 나서는 것만큼 몸과 마음을 따뜻하게 만드는 것은 없다. 한국에서부터 나는 겨울에 하는 수련이 좋았다. 동작이 좋아지는 때는 몸이 부드러운 여름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몸 안에서부터 열이 올라오면서 땀이 나는 개운함은 여름이 아니라 겨울에 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요가가 자가동력일 수 있는 진짜 이유는 역설적이게도 내 안에 있는 동력을 되새겨주기 때문이다. 이것은 사소하지만 아주 근본적인 발견에서부터 시작된다. 땅을 딛고 있는 두 발이 얼마나 강하게 몸을 지탱할 수 있고 손바닥과 손가락에 얼마나 많은 힘이 존재하는지. 호흡과 시선으로 순간순간 얼마나 집중하고 그때에 머릿속이 얼마나 뚜렷해지는지. 자신에 대한 발견을 반복함으로써 나는 자가동력 발전소가 될 수 있다.
Kino speaks on Pattabhi Jois (6:40)
The yoga practice and what guruji represented for me is promise is never broken. It’s the promise says yoga is always there for you. If everything else fails practice is there. If everything else fails you can count on the integrity and purity of the method itself. If there is nothing left hold on to, the practice itself is to save you here. And you become your own vehicle for transformation because of that.
So at moment when I feel like I am drowning it was my single life saver.
모두에게 아쉬탕가가 자가동력일 필요는 없지만 누구나 자기만의 동력을 가질 필요가 있다. Yoga is everywhere - 다양한 형태로 존재하는 요가를 찾아내고 인생에 걸쳐 반복하자. 스웨덴의 어두운 겨울은 나처럼 물리적으로든 정신적으로든 누구에게나 들이닥칠 수 있다. 우리는 스스로 어둠을 밝힐 수 있는 자가동력이 필요하다.
* Aftonbladet Supermörk november – kan slå bottenrekord i soltimmar (영어 번역 'Super dark November - can hit bottom record in sunny hours')
24th Nov 2019
#스웨덴 #해외일상 #아쉬탕가 #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