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에서 구입하고 쓰고 버렸던 요가 매트들에 대하여.
스웨덴에 와서 요가원을 처음 등록하러 갔던 당일에 구매한 매트. 그때가 7월 주말이었는데 바로 다음 주부터 요가원 여름휴가였고 그전에 1층 샾에서 옷과 매트를 세일하고 있었다. 어차피 매트가 필요했고, 당시만 해도 매트 브랜드를 많이 몰라서 당연히 만두카를 살 생각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세일로 나와있던 매트 중에서 적당히 두껍고 가벼운 것으로 골랐는데 그게 프로 라이트였다.
나는 땀이 많은 편이라서 수리야나마스카라를 두 번만 해도 땀이 나기 시작하는데 땀이 난 손과 발이 만두카 위에서 미끄러져서 수련 처음부터 매트 전체를 덮는 큰 커버를 깔고 시작했다(커버를 쓰는 사람들은 보통 중간부터 사용한다). 그래서 이 매트를 쓸 때는 요가 짐이 진짜 많았다. 요가복, 매트 전체를 덮는 사이즈의 큰 요가 커버, 그리고 땀 닦는 작은 수건까지.
못해도 일 년은 썼을 것이다. 만두카 프로는 닳지 않는 재질로 유명한 만큼 정말 정말 닳지 않지만 대신 내 매트는 손과 발 부분이 약간 까맣게 변했다. 그립이 좋은 스타일로 바꾸고 매트가 여러 개가 되면서 만두카에서 수련하는 날이 거의 없어졌지만, 스웨덴에서 요가를 같이 시작했다는 이유 때문인지 애착이 대단해서 오래도록 버리지 못했다.
이 매트 위에서 프라이머리 시리즈 대부분을 배우고 새로운 삶에 적응하느라 긴장 상태였던 마음을 풀었다. 요가원은 회사를 빼고 내가 소속감을 느끼는 또 다른 유일한 장소였고 그래서 회사에 출근하는 만큼 요가원에 매일 가는 일이 더 중요했던 것 같다. 매일 마이솔에 오는 사람들의 얼굴을 알아가면서 비록 친하게 대화를 하진 않았지만 오고 가며 인사를 하는 정도만으로도 낯선 나라에 똑 떨어진 사람에게는 충분한 친밀함이었다. 그때나 지금이나 나는 여전히 조용히 가서 조용히 오는 편이지만 그런 와중에 신기하게 친구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들이 생기기도 했다.
집에 고이 모셔두고 어쩌다 친구가 수업하는 요가원에 가는 날 들고 가는 정도로만 꺼냈고, 2019년에 나의 인생 첫 요가 워크샵이었던 샤랏지 워크샵을 이 오래된 친구와 같이 갔던 추억이 있다. 매트를 여러 번 바꾸는 동안에 만두카를 정리하자는 생각을 계속 했지만 매트가 까매지도록 손발을 스치는 동안 느꼈던 삶의 다정함이나 치열함이 그 위에 고스란히 쌓인 것 같은 기분에 차마 버리지 못하고 옷장 속에 세워두기를 거의 이년. 올 초부터 같은 요가원에 다니기 시작한 플랫메이트이자 친한 친구에게 기쁜 마음으로 넘겨주었다.
요가원 선생님이 집에 있는 사용감 있는 매트들을 필요한 사람에게 나눠주셨을 때 부탁해서 받았다. 그립이 좋다는 매트를 써보고 나한테 맞으면 만두카를 바꿀 생각이었다. 선생님으로부터 받았을 때는 발을 차는 부분이 까져있었는데 왠지 그만큼의 시간과 노력을 이어받은 느낌이 들어서 더 좋았다. 라이포미 그립을 영접하고 나서 더 이상 큰 매트 커버를 쓰지 않고 짐이 간소해졌다.
이 매트는 처음 생각보다 진짜 오래 썼다. 요가원에서 한참을 쓰다가 다른 매트로 바꾸고 집에 만두카와 나란히 세워두다가 Covid 때문에 집에서 수련을 많이 하게 되면서 밑바닥이 헤져서 까만 부스러기가 떨어질 때까지 썼다. 만두카와 다르게 라이포미는 끝에 끝까지 야무지게 썼다는 감상과 함께 시원한 마음으로 버렸다. 일단 애착만으로 간직하기에는 너무 헤져서 더 쓰기 미안할 정도였기 때문에...
라이포미 매트는 크기가 넉넉하고 그립이 좋고 가이드선이 있는 것도 좋은데, 가격이 비싸다. 만두카에서 제일 비싼 모델보다 2~3만 원 더 비싼 데다가, 만두카는 오프라인 소매도 많고 온라인샾에도 세일 상품이 종종 뜨는데 라이포미는 딱 일 년에 한두 번 온라인 세일이 전부다.
이런 고무 재질은 그립이 좋은 대신 쉽게 까지는 짧은 수명도 단점. 발, 정확히는 발가락이 스치는 부분 그대로 흉터처럼 닳는다. 차투랑가를 할 때 몸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적나라하게 알 수 있을 정도로. 나한테는 딱 1년 하고 몇 개월이 매트의 수명인 것 같다. 까진 발 부분이 신경 쓰여서 매트를 아무리 반대로 돌려서 써도, 이쯤 되면 매트의 전체적인 탄력도 줄어들어서 뒤로 밀리는 느낌이 들기도 하고, 아무리 닦고 말려도 손자국과 땀이 얼룩덜룩하게 남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겁다! 여기에는 미스터리가 있는데 홈페이지에는 약 2.5kg라고 쓰여있는데 3kg를 넘는 다른 매트와 비교했을 때 절대 가볍지 않아서 체중계로 재보니, 설명보다 0.7kg나 더 무거운 3.2kg짜리 매트가 되시겠다.
매트는 보통 한 군데 놓고 쓰지만 어쩌다 들고 다닐 일이 생기면 각오를 해야 한다. 3kg에 육박하는 매트와 최소한의 요가 짐(옷, 작은 수건, 끝나고 필요한 화장품 등)을 드는 것은, 2kg에 가까운 맥북 프로를 하루 종일 들고 다니는데 단련된 내게도 쉽지 않다. 심지어 매트는 한쪽 어깨로만 들어야 하는 구조 때문에 잠깐만 서있어도 순식간에 피곤해지는 것 같다. 왜 매트용 가방은 전부 크로스인걸까!
여행용 만두카 매트는 2020년 연말부터 새해까지 쿠바 여행을 준비하면서 야심 차게 구매한 것이다. 여행을 가면 현지의 요가원을 한두 번 가는 편인데, 쿠바에는 요가원이 있을 리가 없고 장기 여행이었기 때문에 필요할 때 수리야나마스카라라도 하려고 샀다. 이 이야기를 들은 친구들은 대단한 열정이라고 놀랐는데, 나 또한 여행용 매트를 구매하는 스스로의 열정에 놀라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이 매트의 장점으로는 아주 가볍고 옷처럼 가로 세로로 막 접어서 보관할 수 있다. 그래서 어떤 캐리어에도 부담 없이 들어간다. 다만 가벼운 만큼 얇아서 보통의 요가매트가 주는 쿠션은 없다. 쿠바에서는 하필 방이 거의 돌바닥이라 냉기가 발에도 느껴지고 바닥을 짚을 때 손에 무리를 주는 것 같았다. 그래도 더러운 바닥을 손으로 짚지 않아도 되는 점 만으로 값어치를 한다.
매트를 꺼내 스트레칭이라도 하면서 여행의 피로를 바로바로 풀었고, 컨디션이 괜찮으면 아침에 나름 수련다운 수련을 하기도 했다. 새벽에 옥상에 올라가 스탠딩 시퀀스를 하다가 비라바드라사나(워리어 포즈)에서 고개를 위로 들어 막 해가 뜨기 시작한 분홍색 하늘을 올려다본 날도 있었다.
이맘때 인터미디엇 시리즈를 막 시작했다. 처음에 크론차사나로 바로 점프해서 앉기를 못해서 선생님께 '연습해와!'란 말을 들은 다음날인가 여행을 떠났는데, 진짜로 쿠바에서 틈틈이 점프하면서 한쪽 무릎 접어 앉기를 연습해서 얼추 비슷한 모양으로 만들 수 있었을 때 많이 뿌듯했지.
OOO는 작은 스웨덴 회사로, 만두카 아니면 라이포미였던 스웨덴 요가원 마이솔 매트 트렌드에 2019년 말부터 떠오른 신흥 브랜드. 라이포미 재질이 많이 팔리면서 비슷한 매트를 만드는 작은 회사들이 하나둘 생기는 것 같다. 우리나라에는 더 가네샤라는 브랜드를 추천받았었고 여기 스웨덴에서는 OOO가 있다. 눈썰미 좋은 친구가 먼저 알고 써본 후 추천해줘서 나도 따라서 바꿨다.
매트 위에 엄청 큰 OOO 프린트가 특징이고 재질이 라이포미와 비슷한데 좀 더 폭신한 무난하게 기능을 다하는 매트다. 색감도 라이포미 시그니처 색깔하고 비슷하다. 제품 설명에 의하면 라이포미보다 0.5kg 가볍다.
OOO 매트는 글을 쓰는 지금도 요가원에 있다. 수명을 살짝 넘겼는데 요가원에 자주 가지 않는다는 이유로 낡은 OOO는 요가원에 두고, 그 사이에 산 새 매트는 대신 집에서 쓰고 있다. 이제 발 부분이 완전히 까지고 전체적으로 얼룩덜룩해서 처음의 상큼한 연보라색은 찾아볼 수 없다. 이 매트는 금방 새 것의 깔끔함을 잃었다. 바꾸고 1개월인가 지났을 때 요가원에서 오랜만에 만난 사람과 이야기하다가 그의 처음 보는 매트 칭찬을 했는데, 내 매트를 보면서 너도 바꿀 때가 되지 않았냐고 했을 때의 민망함이란... 라이포미와 OOO의 가격 차이가 매트 본연의 상태를 잘 유지시키는지도 모르겠다.
이 매트는 작년에 무려 비행기를 타고 같이 한국에도 갔다 왔다. 인천에서 전라도까지 고속버스도 타고. 언젠가 여행용이 아닌 매트와 비행기를 탄다면 인도 마이솔을 가는 날일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더 멀리 가게 될 줄은 몰랐다.
한국에서 거의 두 달을 지내면서 요가원에 딱 두 번 밖에 못 갔다. 한국 요가원에 가는걸 쪼오금 기대했던 것은 사실이나 상황이 따라주지 않았기 때문에... 내가 유일하게 할 수 있는 것은 매일같이 매트를 펴는 일뿐이었다. 매일매일 성실하게 처음부터 끝까지 수련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딱히 할 일이 없다 보니 마이솔보다 여유롭게 아사나에서 몸을 조금 다르게 쓰면서 느낀다거나 아사나 순서를 바꿔보는 등 혼자서 매트 위에서 놀았다.
교체 주기가 지난 OOO 다음으로 요가원에서 쓸 새 라이포미 매트를 주문했고 곧 퇴역시켜줄 참이다.
까만색 라이포미 다음으로 집에서 쓰고 있는 매트. 만두카에서 새로 나온 타입인데 나는 작년에 80유로에 샀고 잠깐 품절이다가 90유로로 가격이 올라서 다시 팔고 있다. 리뷰가 별로 없어서 진짜 그립이 좋은지 긴가민가했는데 가격이 너무 저렴해서(라이포미는 €155) 사봤다.
결론적으로 좋다. 제품 이름대로 그립도 좋고 쿠션도 적당하고, 기능으로 보면 OOO 매트보다 더 만족스럽다. 하지만 이 매트에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는데 바로 소리. 5개월째 쓰고 있는 지금도 차투랑가 할 때마다 발에서 삑삑 고무 마찰 소리가 난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한테 시끄러울까 봐 요가원에 가져가지 못하고 집에서만 쓰고 있다. ㅠㅠ
막 새로 산 라이포미를 포함하여 여태까지 다섯 개를 내돈내산했고, 집과 요가원에서 따로 매트를 쓰기 때문에 평소 수련용 두 개와 여행용 하나, 총 세 개의 매트를 두고 쓰면서 대충 6개월에 한 번씩 매트를 구매하고 있다. 여기에 요가복까지 더하면 역시 취미는 소비와 직결이 맞나보다. (:
여러 개의 닳아진 매트를 버리면서 매트에 대한 애착을 조금씩 내려놓게 되었다. 그 애착은 단지 과거의 성취감이 아니었는지. 하지만 내가 진짜 간직해야 하는 것은 매트에서 혼자 할 수 있게 된 아사나에 대한 기억이 아니다. 바로 매트 여러 개를 끝장낼 만큼의 꾸준함이 내게 있다는 것, 그리고 끝장난 매트 위에서 배우고 느낀 대로 나의 삶은 발전했고 내일도 매트 위에 서는 이상 변화는 계속된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4th April 2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