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1일
인도에 도착한 날은 하루가 정말 길었다.
밤을 새우고 비행기를 타고, 네 시간 레이오버를 하고, 새벽같이 인도에 도착하여 친구를 만나 새벽 세 시에 택시를 탔다. 세 시간 남짓 차를 타고 벵갈루루에서 마이솔로 이동하면서 자는 둥 마는 둥 처음 오는 나라의 새벽을 구경했다. 승차감이 조금만 더 좋았다면 계속 잤을 것 같은데, 솔직히 차가 너무 흔들리고 운전을 정말 무섭게 하셔서 계속 조마조마했다.
그리고 우리 숙소에 도착해서 짐을 풀고 아침을 먹은 뒤 바로 SYC에 등록을 하러 갔다. 등록을 하면 이렇게 수기로 작성한 종이카드를 준다.
등록 절차는 몇 년 만에 느껴보는 순도 100% 아날로그여서 조금 웃음이 날 정도였다. 내 생각에 이 정도 규모의 학교(?)라면 등록 대상자 명단을 엑셀 파일로 만들어서 컴퓨터로 체크하거나 필요한 개인정보를 미리 입력할 수 있는 온라인 양식을 만들 법 한데, 이 모든 것이 종이 출력과 수기 작성이라는 것이 신기했다. 나의 보통 생활반경 안에서는 현금과 심지어 실물 카드까지 들고 다니지 않을 정도로 모든 일을 핸드폰과 컴퓨터로 하기 때문에 종이 카드를 받는 것이 정겹기는 했다.
첫 클래스가 시작하기 전 남는 이틀은 인도에서 일을 했다. 올해를 남은 휴가로 채우기에 휴가가 모자라서 매니저가 편의를 봐주었다. 이때와 1월 후반에 업무를 하기 위해 노트북 두 대를 들고 와야 했다. 그래서 비행기에 들고 탄 배낭에 노트북 두 대(회사용, 개인용), 아이패드, 그리고 커다란 카메라가 있었는데 이게 정말 삶의 무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무거웠다.
첫 클래스를 준비하기 위해 전 날 아침에는 같이 지내는 두 명과 같이 프라이머리 시리즈를 했다.
12월 1일 오늘은 첫 레드 클래스를 갔다 왔다. 원래 배치 첫날에는 요일에 상관없이 레드 클래스를 한다고 한다.
샤랏지의 차투랑가 카운트가 길기로 유명한데 명성대로 정말 길어서 초반부터 팔이 후들거리다가 나중에는 못 버티고 몇 번 몸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프라이머리 시리즈를 하면서 이렇게 땀이 많이 난 것은 한 여름에 아주 더운 날을 빼고 정말 드물었던 것 같다. 500명이 넘는 것 같은 사람들의 열기 덕분인 듯. 첫날인데 이렇게 힘들어서 큰 일이다. 시작이 정말 반이었으면 참 좋으련만. 나중에는 과연 이 레드 클래스가 조금 쉬워질 수 있을 것인가!
여기서 지낸 얼마 안 되는 시간 동안 알게 된 것은 요가 선생님들, 요가를 아주 진심으로 하는 사람들이 마이솔에 정말 많이 온 다는 것이다. 같이 지내는 친구들이 길에서 마주친 한국분들과 인사를 할 때마다 누구냐고 물어보면 거의 백 퍼센트 '어디에서 요가원을 운영하시는 선생님'이시라고 했다.
이것을 어렴풋이 알고 있기는 했지만 그것을 현지에서 확인하는 것은 나한테 조금 걱정으로 다가왔던 것 같다. 왜냐하면 한낱 아주 열심히 하는 취미로 수련을 하는 내가 여기에 있으면 안 될 것 같은 기분이 들고, 그런 나의 허접한 퀄리티가 부끄럽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나의 경험과 행복을 위해 오고 싶었지만 풍문으로 듣는 이야기에 너무 휩쓸리는 것이 싫었다.
그런데 오늘 레드 클래스를 가보니 이곳에 오는 수련자들의 레벨이 다양하다는 것을 보고 조금 위안이 되었다. 나비처럼 날아다니는 사람들이 있으면 조금 나이가 있어 보이는 사람들도 있었고, 어디까지만 동작을 하고 가만히 앉아있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냥 거기 있는 사람들은 자기 나름대로의 최선을 다 한 시간일 것이고 그거면 일단 충분한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사람들마다 요가를 바라보고 삶에 이용하는 방식은 각기 다르니까 말이다.
그러니 나도 단순히 나의 최선을 매일 매트에 가져가는 것을 목표로 앞으로의 두 달을 보낼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