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말에는 기필코 글을 쓰리라 다짐을 했었다. 이미 평일부터 가까운 주변 사람들이 주말에 무엇을 할거냐고 물어보면 당당히 글을 쓸 것이라고 했었다. 심지어 주말에 모든 스케쥴을 비워두고 온전히 무언가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두었다. 변명의 여지가 없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막상 토요일이 되어 글을 쓰려고 하니 선뜻 글을 쓰고싶은 마음이 들지 않았다. 평일에 주말에 글을 쓸 것을 생각할 때만해도 아 이런 주제로 이런 내용을 쓰면 금방 쓰겠다! 싶었는데, 막상 책상 앞에 앉아 컴퓨터를 만지고 있으니 손이 움직여지지 않았다. 어쩌면 평일에 일을 하느라 너무 지쳤던 것은 아닐까 싶어 일단 컴퓨터를 닫고 핸드폰으로 유튜브를 보기 시작했는데 그렇게 토요일 하루가 끝났다.
일요일도 마찬가지였다. 일단 토요일날 늦게까지 놀다가 늦게 잠들었기에 오후 한 시가 넘어서야 일어났다. 일어나서 밥먹고 산책하고 게임하고 유튜브 보고 하다보니 어느덧 저녁이 되었다. 아 그래 뭐 글 그까이꺼 내가 마음먹고 쓰면 금방 쓰지 않겠어? 라는 생각에 마음 편히 먹고 집 근처 식당에 가서 저녁을 맛나게 먹었다. 그렇게 저녁을 먹고 집으로 돌아와 아 이제는 더이상 미룰 수 없다고 느끼며 마치 숙제 밀린 초등학생처럼 책상에 앉은 시각이 열한시였다. 똥줄이 타기 시작했다.
만약 이 때라도 내가 생각했던 내용들을 한 두시간 안에 훅훅 쓸 수 있는 사람이었다면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슬프게도 나에게 그런 능력은 없었다. 열한시부터 약 한시간 동안 내가 쓴 글이라곤, 심지어 글도 아닌, 제목 한 줄과 목차 네 줄 뿐이었다. 머릿속으로 짱구를 열심히 굴렸지만 뭔가 재미없고 말도 안되는 이상한 내용의 글들만 써져서 반페이지 분량을 썼다가 다 지워버렸다. 평소에 글 한줄 제대로 안쓰면서 심지어 게으름까지 부린 놈에게 벌어진 타당한 결과였다.
결국 포기하고 그냥 잘까 하다가 사실 지난주에도 글을 쓰려고 마음먹어놓고 안쓴 터라 내가 왜 글을 못썼는지 반성문이라도 쓰자는 생각으로 이 주제를 가지고 글을 썼다. 포기했기 때문일까...? 아니면 의미없는 주제라 그럴까...? 아무 생각 없이 그저 있었던 일들과 느꼈던 감정대로 글을 쓰다 보니 30분도 안돼서 후다닥 글이 써졌다. 물론 의미도 정보도 감당도 아무가치도 없는 글이지만... 그래도 글을 쓰긴 썼으니... 글쓰기 연습이라도 했다 생각하고 쬐금 마음 편히 잘 수 있을 것 같다.
제발 다음주에는 좀 더 유익한 글을 써보기로 하자... 그리고 이런 일기 쓸거면 그냥 매일 조금씩 쓰자... 괜히 주말에 뭔가 거창한거 하는 것마냥 까불지 말고... 알겠지...? 그래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