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나 더 아파야 '너무 아픈 사랑'인가요?

김광석을 듣고, 읽는 밤 4/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

by 초린혜원

우연히 틀어놓은 TV에서 보이스 트롯, 결승 1차전 듀엣미션이 한창인 데, 김광석의'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 흘러나온다. 이게 무슨 일이지?


아무리 듀엣미션 주제가 장르 불문이라지만 프로그램에서 듣게 되는 김광석이 라니! 내심 반가워서 선곡을 해 준

경연자에게 엄지 척! 을 해주었다.


그러는 사이, 전주 부분의 하모니카 소리가 공기의 한가운데 자리한 오늘의 심장을 겨냥하고 울려 퍼지기 시작하더니, 투명한 손바닥으로 가슴을 쓰윽 한번 훑고는"자! 이제 슬픔의 그곳으로 갈 채비가 됐는가?"물어온다.



그대 보내고 멀리 가을 새와 작별하듯
그대 떠나보내고 돌아와 술잔 앞에 앉으면
눈물 나누나 그대 보내고 아주
지는 별빛 바라볼 때
눈에 흘러내리는 못다 한 말들 그 아픈 사랑
지울 수 있을까?
어느 하루 비라도 추억처럼
흩날리는 거리에서,


쓸쓸한 사람 되어 고개~숙이면 그대~목소리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
어느 하루 바람이 젖은 어깨 스치며 지나가고
내 지친 시간들이 창에 어리면 그대 미워져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
이제 우리 다시는 사랑으로 세상에 오지 말기
그립던 말들도 묻어버리기. 못다 한 사랑!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


때마침 가을바람 소슬하니 불고 간간이 풀벌레 소리도 들리니 노래의 감성은 자연스레 배가 된다. 쓸쓸한 가을느낌의 최고봉, 사랑의 정수, 그리고 이별 후 감정의 정점에 서 있는 이 노래는 가을, 그것도 다시 못할 사랑을 떠나보낸 직후에 들어야만 한다. 그래야 이 노래 가사가 전하고자 하는 시적 울림이 제대로 전달될 수 있으니

말이다.




아주 오래전, 뛰어난 신화학자이자 소설가인 고 이윤기 선생과 김광석 관련된 일화를 읽은 적이 있다. 선생은 긴~시간 동안 외국생활을 하셨기에 한국의 대중문화에

그리 익숙지가 않으셨다고 한다.


어느 하루, 지인의 차를 타고 이동하는 중에 라디오에선가 CD인가, 확실치는 않지만 아무튼 흘러나오는 노래 한 곡을 듣게 됐고선 생은 한참을 귀를 기울여 들으시다가 지인분께 물으셨다고 한다.


"아니.. 이 가수는 대체 누구길래 이렇게 목소리에 슬픔과 쓸쓸함이 묻어있어요? 이 세상 사람 같지 않게"
아마도 이런 식의 질문을 하셨던 거 같다.

이윤기 선생이 들었던 노래의 주인공은 김광석이었고,

선생의 놀라운 예지력대로 김광석, 그가 세상을 떠난 지 얼마 안 된 어느 날이었던 것이다.

이윤기 선생이 이날 들었던 노래가 정확하게 어떤 노래인지는 모르겠다. 순전히 내 추측이긴 하지만 아마도 바로 이 노래'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

아니었을까 상상해본다.


김광석이 불렀기에 더~ 대중들의 공감 치를 높인'사랑과 이별 노래' 중 쓸쓸하고, 적막하면서
애달프고 절절한 감성을 툭! 하고 덤덤하게 던져놓는 노래는, 그래서, 마침내 전혀 알지도 못하는 이로 하여금

죽음까지 추측케 하는 아린 내력을 가진 가사는,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 아니고는
생각조차 할 수 없다.



사랑은 본질적으로 완성형이 아닌 진행형이다.

그래서 시작도 끝도 확실치가 않다. 습자지에 먹물이 스며들듯 그렇게 한순간에 마음을 물들이면서 불시에 찾아왔다가, 한 사람의 온 생애를 제 멋대로 휘저어

'회복불능'으로 무너져 내리게도 만든다.


돌이켜보면 끝났다 싶은 사랑도, 마음 한구석 갖가지 빛깔의 생채기로 웅크리고 앉아 언제든 다시 새살을 돋울 준비를 하고 있기도 하고. 이러니, 천하에 나쁜 게 사랑이고 그래서 더욱 아플 수밖에 없는 것이 사랑이 끌고 온 이별이다.


너무 아픈 사랑이란 도대체 얼마나 아프고 아파야, 그 경지에 이르게 되는 것인지 물질적으로 측정해낼 도구는 그 어디에도 없다. 몇 날 며칠 온몸이 끓는 신열을 앓고
존재를 지우고 지워 아무것도 남지 않을 때까지

무한반복으로 기억을 덜어내기 위해 몸부림치는 것. 그것이 사랑이라는 이름조차 부여받을 수 없는 '너무 아픈 사랑'일까?

물어보고 싶어도 그 대답을 해줄 이 없으니 오늘도 그저 가사에 온 맘을 내주고 스스로 답을 구하는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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