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불어오는 곳 그곳으로 가네 그대의 머릿결 같은 나무 아래로 덜컹이는 기차에 기대어 너에게 편지를 쓴다 꿈에 보았던 길 그 길에 서 있네 설렘과 두려움으로 불안한 행복이지만 우리가 느끼며 바라볼 하늘과 사람들 힘겨운 날 들도 있지만 새로운 꿈들을 위해 바람이 불어오는 곳 그곳으로 가네 햇살이 눈부신 곳 그곳으로 가네 바람에 내 몸 맡기고 그곳으로 가네 출렁이는 파도에 흔들려도 수평선을 바라보며 햇살이 웃고 있는 곳 그곳으로 가네 나뭇잎이 손짓하는 곳 그곳으로 가네 휘파람 불며 걷다가 너를 생각해 너의 목소리가 그리워도 뒤돌아 볼 수는 없지 바람이 불어오는 곳 그곳으로 가네-김광석 '바람이 불어오는 곳' 전문
오늘처럼 바람이 불 때마다, 아니 바람의 낌새가 조금이라도 느껴지는 순간마다, 이 노래를 꺼내 듣는 건 어쩌면 필연적이고도 암묵적인 약속으로 그- 김광석과 내겐 존재하는 듯하다. 그럼 또 누군가는 물어올 것이다. "당신 김광석 알아?"이 공격적인 물음에 대한 내 답은 "yes or no'이다. 아니, 이 무슨 애매모호한 대답이란 말인가!
오랜 시간 라디오 음악방송 작가 생활을 하면서 그를 한, 두 번 마주칠 기회가 있었다. 어떤 개인사를 나누고 친분을 쌓을 정도는 아니었으나, 동시대를 살았고, 유년의 시절을 같은 곳에서 보냈다는 우연성에 잠시 놀라며 반가움을 나눈 정도였다.
물론 노래패 활동을 했다거나 하는 소소한 공통점도 내게는 김광석을 다른 가수와는 좀 더 차별성을 두고 듣고 읽게 되는 계기가 되긴 했다.
아무튼 이 노래'바람이 불어오는 곳' 은 처연함을 무기로 하는 김광석의 노래들 중, 그나마 밝은 곡조에 속한다. 그리고 간간이 들려오는 가사들에서 희망과 행복을 말하는 것처럼 느껴지다 보니, 방송 시절에도 '오늘은 기분이 좀 꿀꿀하니 이 노래를 틀어달라'는 신청사연이 꽤나 많았던 걸로 기억한다.
하지만 나는 이 노래 '바람이 불어오는 곳'을 들으면 들을수록 김광석 특유의 맑은 외로움이 배어 나오는 걸 느낀다.'햇살이 눈부시고, 나뭇잎이 손짓하는 그곳' 은 어쩌면 여기에는 없을 아득한 곳, 이상향 같이 여겨지기 때문이다.
마지막 몇 행의 가사는 또 어떤가! '너의 목소리가 그리워도 뒤돌아 볼 수는 없는' 그런 마음으로 바람에 몸을 맡기고 가는 상상을 해 보라! 슬퍼도 너무 슬퍼서 가슴으로 흐르는 눈물이 어느새 샘이 될 수도 있을 지경이지 않을까?.
아마 바람을 따라 걷는 그 길이 '꿈에 보았던 길' 이기에 '불안한 마음과 설레는 마음'이 교차하였을지도 모를 일이고. 그러니 이 노래를 바람이 불 때마다 듣는 플레이리스트로 올려놓으신 분들이 있다면 기쁨보다는 오히려 슬픔의 감정에 귀를 기울여 듣기를 권한다.
그렇다고 극한의 슬픔으로 자신을 몰아가지는 마시기를 , 그가 들려주는 그 어느 노래보다 단순하고 명쾌한 멜로디에 가끔은 어깨를 들썩이거나 발끝을 까딱이는 자신을 발견하고는 흠칫! 놀라는 순간도 경험하게 될 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