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들면서 분지의 뜨거움은 배가 됐단다. 아직 습도는 ‘훅!’ 할 정도는 아니지만 뜨겁게 내려쬐는 햇살의 당당함은 선글라스나 양산으로도 다 가려지지 않더구나. 그래도 늘~ 동네를 한, 두 바퀴 도는 산책을 그냥 넘길 순 없어서 길을 나서는데, 한층 강해진 햇볕 때문일까? 나뭇잎들의 초록이 눈이 부실만큼 반짝이고 있었단다.
햇볕을 가득 머금은 6월의 초록은 어제까지 보았던 5월의 초록과는 그 밀도가 다르기도 했고 결마저 달랐어.
5월의 초록이 예쁘게 가공된 보석 같았다면, 6월 첫날 엄마가 산책길에 만난 이 초록은, 글쎄다.. 뭐랄까,
아주 ‘러프하고도 거칠거칠한 질감을 지닌 천연석 같은 느낌?’ 그래서 바람이 불 때마다, 혹은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초록의 색이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게 느껴질 정도였거든.
엄마가 요즘 ‘초록’, 그것도 ‘진초록’의 색깔에 혹해 있어서 더 이런 생각을 하는지도 모르겠다. 연초록의 야들야들한 성정과는 다른, 당당하고 힘찬 진초록이 주는 기분 좋음에 흠뻑 빠져서, 진초록 색 옷은 물론이고
귀걸이나 반지도 초록을 머금은 것들을 몇 개 사들였거든. 이런 엄마 곁에 네가 있었다면 또, ‘엄마는 참..’ 하고 지청구를 날릴지도 모르겠다만 여전히 마음을 뺏길 무언가가 있다는 건 살아있음의 반증이라 생각하고, 올여름엔 이 ‘진초록’에 그 어느 때보다 더 깊이 물들어 보려고 해.
누군가는 너무 질기고 굳세 보여서 진초록 색이 부담스럽다고 하더라만, 그러한 질김과 굳셈이 없다면 뜨거운 한 시절을 어찌 이겨낼까 싶기도 하다. 진초록의 나뭇잎들이 다투어 반짝거리는 오후엔잠시 더위도 잊게 되기도 하니, 그들이 데리고 다니는 그늘의 고요함마저 이토록 사랑할 수밖에 없구나. 어둠이 내리기 시작하면 진초록들도 잠시 숨 고르기에 들어가겠지? 엄마도 오랜만에 널브러져 순간의 안식을 즐겨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