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은 비에 젖은 비둘기 울음소리처럼 다가왔다
편지, 딸에게
새벽 내내 쏟아지던 장맛비도 잠시 수그러들던 아침, 어디선가 낯설고도 낯선 비둘기 울음이 들려오더구나.
요즘 도심에서 만나는 비둘기란 본능적 울음은 거세당한 채 그저 먹을 것을 찾아 헤매는 조류계의 하이에나 같은 존재였는데 세차게 내리던 비 때문이었는지, 아니면 새로운 달을 사람들에게 여는 알리미가 되고 싶었던 때문인지, 그 울음소리는 꽤 오랫동안 7월의 첫 아침을 아주 열심히 깨우고 있었지.
야생으로 회귀한 비둘기 한 마리 덕에 휴일 아침이 일찍 시작된 건 정말이지 오늘의 행운 포인트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싶었다. 서둘러 열어 본 창문 밖으로 펼쳐지는 정경은 분명 기억 속 어제와는 많이 달라 보였거든.
비 오는 거리를 만끽하고 싶어서 노란 우산 하나 들고 아이처럼 달려 나가 마주했던 어제의 그것과는 말이야.
빗물을 한껏 머금어 점점 더 진초록이 돼 가는 나뭇잎들 사이로 단단한 골격을 드러낸 아파트 숲마저, 순하게 젖어 있는 모습! 7월이 아니면 상상이나 할 수 없는 것이니까. 이렇게 또 새로운 7월이 펼쳐지고 있구나. 비에 젖은 비둘기의 울음처럼 구슬프면서도 존재감 있게, 연초록의 순정함을 벗어내고 있는 나뭇잎들의 농밀한
이야기들과 함께 그리고, 6월과는 사뭇 다를 7월을 기운차게 내달리고픈 이 엄마의 벅찬 숨소리와 함께
그렇게 말이야.
너의 7월이 그 어느 해의 7월보다 치열할 것임을 예감하지만, 그 치열함이야말로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시간들이니 뜨겁고 무거운 시간들 속에서나마 간간이 행복했으면 좋겠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