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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린혜원 Jul 03. 2021

7월은 비에 젖은 비둘기 울음소리처럼 다가왔다

편지, 딸에게

새벽 내내 쏟아지던 장맛비도 잠시 수그러들던 아침, 어디선가 낯설고도 낯선 비둘기 울음이 들려오더구나.

요즘 도심에서 만나는 비둘기란 본능적 울음은 거세당한 채 그저 먹을 것을 찾아 헤매는 조류계의 하이에나 같은 존재였는데 세차게 내리던 비 때문이었는지, 아니면 새로운 달을 사람들에게 여는 알리미가 되고 싶었던 때문인지, 그 울음소리는 꽤 오랫동안 7월의 첫 아침을 아주 열심히 깨우고 있었지.


야생으로 회귀한 비둘기 한 마리 덕에 휴일 아침이 일찍 시작된 건 정말이지 오늘의 행운 포인트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싶었다. 서둘러 열어 본 창문 밖으로 펼쳐지는 정경은 분명 기억 속 어제와는 많이 달라 보였거든.

비 오는 거리를 만끽하고 싶어서 노란 우산 하나 들고 아이처럼 달려 나가 마주했던 어제의 그것과는 말이야.


빗물을 한껏 머금어 점점 더 진초록이 돼 가는 나뭇잎들 사이로 단단한 골격을 드러낸 아파트 숲마저, 순하게 젖어 있는 모습! 7월이 아니면 상상이나 할 수 없는 것이니까. 이렇게 또 새로운 7월이 펼쳐지고 있구나. 비에 젖은 비둘기의 울음처럼 구슬프면서도 존재감 있게, 연초록의 순정함을 벗어내고 있는 나뭇잎들의 농밀한

이야기들과 함께 그리고, 6월과는 사뭇 다를 7월을 기운차게 내달리고픈 이 엄마의 벅찬 숨소리와 함께

그렇게 말이야.


너의 7월이 그 어느 해의 7월보다 치열할 것임을 예감하지만, 그 치열함이야말로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시간들이니 뜨겁고 무거운 시간들 속에서나마 간간이 행복했으면 좋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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