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우리 동네 아니다, 대구에서도 요즘 아주 핫하다는거리를 걸었단다. 저녁을 먹는다는 친구 두, 어명을 따라 엄마는 산책 겸 해서 따라나선 길이었고. 모든 사람들이 놀랄 정도로 바깥출입을 최대한 자제하고 집에서 뭔가 꼼지락거리기를 좋아하는 전형적인 집순이인 엄마에게 오늘 걸었던 길은 신선한 충격, 그 자체였단다.
서울의 가로수길이나 경리단 길, 망리단 길처럼 여기에도 ‘침로수 길’이라는 이름이 떡하니 붙어 있더라고.
가내 수공업 정도의 작은 공장이나 창고, 그리고 오래된 실비 집 같은 식당들이 있던 곳에 언제부턴가 모던한 인테리어나 특이한 메뉴를 앞세운 식당들이 하나, 둘씩 들어서기 시작하더니 불과 2, 3년 만에 많은 사람들이 일부러 찾아 올 정도가 된 거지.
저녁을 먹지 않고 술을 최대한 멀리하는 엄마이기에 모임이 있지 않는 한, 그곳을 일부러 걸을 일은 없었는데
저녁 어스름 만난 생경한 풍경에 잠시 발길을 멈추게 되더구나. 왠지 ‘이용소’라는 낡은 간판이 붙은 가게 앞에서는, 속울음도 조금씩 흘러나왔단다.
골목길은 하루가 다르게 표정이 바뀌고
젊은 예술가들이 고사 위기에 놓인 전통시장을 살리고자 재능을 기부해 조성한 ‘김광석 길’ 이, 전국에서 사람들이 찾아오는 명소가 되면서 정작 그 예술가들은 그곳에서 쫓겨나다시피 터전을 옮겨야만 했었는데, 어쩌면 우리 동네의 이 핫 플레이스에서도 똑같은 일이 반복될 조짐이 보여서 마음이 썩 좋질 않았어.
금요일을 제대로 즐기려는 사람들이 가게 앞에 줄지어 서서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는 모습조차 다가왔다 끊겼다를 반복하는 무성영화의 한 장면처럼 어지러웠고. 누구를 위한 도심 재개발인지, 거기에 우리가 절대 잊지 말아야 할 자양분인 ‘문화’가 제대로 녹아 있기는 한 것인지. 마음이 참 착잡해져서 그만 맥주 한 잔을 들이켜고 말았네. 도시의 골목길이 화려한 새 옷을 갈아입을수록 반대급부로, 우리의 정신은 오히려 낡아질 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에 말이야.
유럽의 경우처럼 구도심을 최대한 살리면서 오래된 것들의 가치와 새로운 문화의 장점들이 어울려 한 곳에 공존하기란 정말 어려운 것일까? 불금의 밤이 깊어가니 무엇을 어찌할 도리도 없이,걱정만 그득한 소시민이어서 슬픈 엄마의 한숨도 더불어 깊어만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