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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화상(火傷)의 전말

by 초린혜원

매일 아침, 베개 밑에는 내 몸에서 빠져나간 당신이

수북합니다. 얼마나 많은 당신이 내 몸안에 자라나고 있었던지 천일이 지나도, 지구의 끝에 매달려 간곡하게 달리고 또

달려도, 당신의 흔적들은 우물물처럼 길어 올려지고 어쩌다 한 방울씩 가슴에라도 닿는 날엔, 물도 놀라울 만큼 뜨거울 수 있다는 걸 확인시키곤 합니다. 혹, 물에 데어 화상을 입고 그 상처로 괴로워하는 한 여인의 소문을 들은 적 없으신지요. 火印은 조금씩 자라나더니 기어코 머리카락에까지 새겨지고 말았습니다. 당신은 언제까지 붉은 거머리로 내 몸에 달라붙어 타오를 작정인가요.


당신이 넘치도록 밉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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