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초린혜원 Feb 03. 2023

소식좌의 1식 일기, 첫 번째

하루에 한 끼만 먹는다구요?

나는 아주 오래된 소식좌다. '먹방'이라는 콘텐츠를 세상 사람들이 다 알 정도로 '잘 먹는 것, 많이 먹는 것'이 대세이던 때를 지나오니 슬그머니 '조금 먹는 사람들'에 대한 관심도 생겨나는 추세인 것 같다. 다행이란 생각이 든다. 연예계 대표 소식좌인 사람들의 섭식 생활이 알려지고, 그것이 이상한 것이 아닌 조금은 다른 것으로 인식되기도 하니 '그래 이제는 나도 소식좌임을 만방에 알려도 되지 않을까 하는 용기가 생겨났다.


 그동안 주변의 지인들에게 "전 하루 한 끼만 먹어요"라고 수줍게 얘기하면 대부분 돌아오는 반응은 이러했다


"아니, 지금도 좀 마르신 편인데, 혹시 다이어트하시려고 그래요?"


"세상에나! 왜요? 하루에 한 끼만 먹고 사람이 살 수 있어요?"


"세상은 넓고 맛있는 것이 얼마나 많은 데, 너무 재미없게 사신다."


각각의 표현은 다르지만 걱정 어린 시선으로 불쌍하다는 표정을 공통적으로 짓는 그들의 반응에 마땅한 핑곗거리가 잘 떠오르질 않아서 '커밍아웃' 하듯 회식자리에서, 때로는 사적인 모임에서조차 '1일 1식'을 양해받으려던 노력을 그만둔 지도 한참이다. 사실 먹는 양이 적단 게 굳이 감추어야 할 결격사유도 아닌데, 마치 '잘 먹고 많이 먹는 것' 만이 '건강과 복'으로 향하는 지름길이라고 믿는 이들에게는 그 어떤 합당한 이유를 들어도 이해받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물론 내 섭식을 타인에게 이해받는다는 게 애당초 우스운 일이기는 하지만.



처음 '1일 1식'을 하기로 마음먹은 것이 지금으로부터 거의 십 오 년 전쯤이다. 프리워커인 '방송작가'의 특성상 제 때 밥을 챙겨 먹는다는 게 어려웠기도 했고, 원고를 쓰며 일상적으로 들이붓다시피 한 어마어마한 양의 커피섭취로 인해 만성적인 '신경성 위염'과 때때로 가슴을 불타게 만드는 '역류성 식도염'에 시달리고 있었다. 의사는 '술'과 '커피'를 줄이거나 아예 끊어버리는 삶을 권고했지만 그들마저 내 세상에 없다면 삶이 너무 밋밋할 거 같기도 했다.


'경고와 권고' 사이 그 어디쯤의 얘길 듣고 병원문을 나섰던 그날, 문득 뇌리를 스치던 하나의 기억이 있었다. 하루에 한 끼의 섭생만으로 위장병을 고치고 염증수치를 낮춰 건강을 회복했다는 사람의 사례였다. 그 무렵 건강하게 오래 사는 방법으로 마침 '1일 1식'이 주목을 받고 있기도 했다.


동시에 그동안 일을 핑계로 제 때 식사를 못해 그렇지, 때를 놓쳐 먹게 되는 '밥'에 보상의 심리가 더해져 가끔 '폭식'으로 이어지기도 했었던 게 떠올랐다. 물론 타고난 위장이 썩 건강하지 못해 토할 정도로 양껏 먹지는 못했지만 그렇게 하루에 두 끼 정도를 제시간에 못 먹는 시간이 계속되다 보니 위장이 버텨낼 리 만무했다. 일단은 커피를 줄이고 '하루에 한 끼'라도 제대로 먹는 식습관을 실험해 보기로 했다.


하늘이 두쪽 나도 점심 한 끼는 허투루 먹지 않고 제대로 챙겨 먹으면서 위장을 비롯한 내 몸 장기들의 염증수치 같은.. 건강의 척도들을 지켜보기로 마음먹은 것이다. 원래도 아침은 잘 먹지 않았던 터라 밥때를 무시한 '한 끼'를 줄이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아 보였다. 하지만 오래된 습관을 고치기란 누구 말대로 뼈를 깎는 고통이 수반되지 않고는 성공하기 힘든 것임을 아는덴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치 않았음이다.  '1일 1식'을 다짐한 바로 그날부터 결심은 왠지 모르게 삐끄덕거리기 시작했다.


<두번째 이야기로 계속 이어짐>

작가의 이전글 시험이 끝나면 먹곤했던 바로 그 음식 , 막창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