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1식'을 결심하고 나서 첫 3개월은 생각보다 너무 힘이 들었다. 매사에 꽤나 의지가 강하단 소릴 듣던 나도중도에 그냥 포기하고 싶을 정도로. 원래도 먹는 양이 많지 않았던 데다, 간혹 시간대가 맞지 않으면 굶기도 수시로 하던 나였기에 '1일 1식'이 뭐 그리기 어려운 일이겠냐 싶었지만 하루에 한 끼, 그것도 점심으로만 이 굳은 결심을 완성해 나가기란 녹록지가 않은 것이었다. 단적으로 얘기하자면 매일이 본능과 격하게 싸워야 할 전투에 가까웠다.
작의적으로 하루에 한 끼만 먹겠다고 결심을 한 탓이었을까, 예전에는 거들떠보지도 않던 간식거리, 이를테면 과자부스러기나 케이크 조각, 혹은 일 년에 한 번 먹을까 말까 한 '아이스크림'마저도 눈에 아른거릴 때가 많았다. 평소엔 '점심으로 뭘 먹지?'라는 생각을 거의 하지 않았는데, 결심 이후 아침 시간이면 손으로는 그날 방송분의 원고를 쓰면서도 머릿속엔 '오늘 점심엔 뭘 먹으면 맛있을까?'라는 생각으로 가득 차 있기 일쑤였다.
'세상에, 마상에!' 나도 이럴 수가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이든 억지로 하려면 이런 폐해가 뒤따르는 법이다. 청개구리도 아닌데, 이전의 일상에선 거들떠보지도 않던 음식들이 자꾸만 눈에 아른거려서 어느 날은 점심으로 먹고 싶은 음식들을 메모지에 쭉 나열해보기도 했다. 게 중엔 체질 상 일부러 멀리하던 음식들도 제법 있었다. '탕수육, 짜장면' 같은 중국음식들로부터 '전복 삼계탕'이나 '해물탕' 같이 점심으로 먹기에 무거운 음식까지...... 열 손가락이 모자랄 정도였다.
그러다 어느 날 문득 현타가 왔다. '아니, 건강해지자고, 만성적인 위장병을 한 번 고쳐보자고 야심 차게 '1일 1식'을 외쳐 놓고는 이게 뭐 하는 짓이지?' 스스로에게 반문을 하게 된 것이다. 물론 그렇게 쓴 '먹고 싶은 음식들'을 다 먹은 것은 아니지만 생각보다 '1일 1식'을 꾸준히 한다는 것이 어렵다는 걸, 불과 며칠도 지나지 않아 깨닫게 된 건 차라리 다행이라면 다행이었다. 이래선 죽도 밥도 아닌 어정쩡한 수칙이 될 게 뻔했으므로 전략을 조금 수정하기로 했다.
'1일 1식'을 하되 주말엔 말 그대로 먹고 싶은 것을 맘껏 먹는 '치팅데이'로 정하고, 정~입이 심심해진다 싶을 때면 '방울토마토' 나 '견과류'를 씹어 먹는 것으로 '포만감'을 대체하기로 마음먹은 것이다. 당시엔 오후 방송을 맡고 있던 터라 될 수 있으면 점심을 집에서 먹고 출근을 하고, 만약 조금 더 일찍 출근을 해야 하는 상황이 생기면 반드시 집에서 먹는 음식 그대로 도시락을 싸갔다. 사실 간간이 있는 프로그램 스태프 회식 날이면, 남들이 눈치채지 못하게 그저 먹는 시늉만 하는 날도 부지기수였을 것이다.
그렇게 한 달, 두 달이 지나고 그 넘기기 힘들다는 세 달 고개에까지 이르게 되자 일단 낯빛이 달라지기 시작하더니, 조금만 먹어도 부글거리던 속이 차츰 편안해는 게 아닌가. 무엇보다 그렇게 먹고 싶던 '주전부리' 생각이 나질 않았다. 멀리했던 '방울토마토'나 '견과류'를 '불호'에서 '호'로 옮겨오는데도 이 세 달이면 충분했다. 그랬다, 내게도 魔의 세 달이 분수령이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