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초린혜원 Feb 17. 2023

채식과 육식사이의 접점은 어디쯤일까?

소식좌의 1식 일기, 세 번째

하루에 한 끼를 제대로 먹자는 결심은 평소라면 쉬 지나쳤을 '식재료' 들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다. 한 끼 만의 섭생으로 영양의 결핍이 생기면 안 되니까,  그리고 나는 혼자만 사는 사람이 아니었으므로. 무엇보다 '1일 1식'을 결심했을 무렵, 아이는 한창 성장기에 있었기에 아이의 식단을 신경 쓰면서 내 결심을 공고히 하려면 식재료의 균형감이 필요했음이다.


물론 아이도 아침식사는 토스트나 과일 한 조각 정도로 간단히 하고, 점심은 학교 급식으로 해결이 됐지만 문제는 저녁이었다. 아이가 편식을 하는 편은 아니었지만, 아니 오히려 가리는 것 없이 잘 먹는다는 칭찬을 종종 들을 정도였지만 내 점심으로 먹기 위해 준비한 음식들이 아이의 입맛에도 딱 들어맞을지는 미지수였다. 그렇다고 일을 하는 엄마가 내 음식 따로, 아이 먹을 음식 따로 만들어내기에는 시간이 부족했음이다. 그나마 남편은 저녁을 거의 밖에서 해결하고 오는 타입이라 아이와 내 식단 간의 조율이 필요했다.


하지만 원래도 '육식'을 즐겨 하지 않는 편이었고 기왕 '1일 1식'을 할 거면 조금 더 채식 위주의 식단으로 구성해야겠다는 나와 고기를 가장 좋아하는 아이 사이의 간극은 꽤나 멀어 보였다. 아이는 체질상 고기를 섭취해야 몸에 좋다는 한의사 선생님의 당부도 있었기에 고민은 깊어졌다.


내 점심을 만들면서,  엄마의 부재 속에 '저녁'을 홀로 먹어야만 할 아이에 대한 배려도 놓치고 싶진 않았다. 하지만 채소 위주인 엄마의 식단이 아이의 입맛을 충족시킬 리 만무했다.


"엄마, 이렇게 채소만 가득하면 허기지지 않아? 나는 고기가 좋은데"


"그래? 어떤 고기가 먹고 싶은데?"


"나는 고기라면 다 상관없는데? 소고기, 지고기, 아, 닭고기도 좋고... 오리도 맛있잖아."


내 아이의 식습관을 모르던 바는 아니었지만 우린 참 달라도 다른 모녀였다 적어도 섭생에 관한 한.


어떤 획기적인 비결이 필요했다. 아이를 만족시키면서 내 '1일 1식'의 영양도 최대한 지켜낼 수 있는 그런 신이 내린 비결 말이다. 그래서 찾아낸 것이 바로 식재료의 혼합이었다. 가령 이런 것이다. 소고기를 좋아하는 아이를 위해 뚝배기 불고기를 하면서 당면이나 내가 좋아하는 시금치를 많이 넣어 만든다. 그러면 국물이 자작한 불고기는 아이가 저녁으로 먹고, 당면이나 시금치만 건져 밥에 얹어 내 점심으로 먹는 식이다. 시금치가 심심해지면 '표고버섯'이나 '느타리버섯'을 사용한다. 마찬가지로 찜닭이나 닭볶음탕에 감자나, 단단한 고구마를 넣어 역시 그들만 내 점심 몫으로 하는 것이다.


이런 음식의 조합은 매우 간단하면서도 효과적으로 다가왔다. 우리 모녀의 각기 다른 식성을 만족시켜 주면서도 조리하는 시간도 절약되고 무엇보다 내게는 섭취 자체로는 채소만이지만 대개는 육식의 향기가 느껴지므로 대리만족의 포만감도 생기는 것이다. 물론 가끔은 아이의 투정이 따라와 당혹스럽긴 했다.


"엄마, 나도 불고기에 들어 있는 당면이랑 시금치 좋아해" 라거나,

"닭볶음탕에 들어 있는 감자가 얼마나 맛있는데......" 같은.


하지만 나름의 방식으로 조율해 낸 아주 개인적인 '식단의 균형감'은  장을 보며 제철 채소를 꼼꼼히 점검하고 살피는 데 도움이 됐다. 내 엄마가 그토록 사랑하던 온갖 종류의 '봄나물' 같은 재료들은 특히 더 말이다. 어떤 나물과 채소가 고기와 가장 잘 어울릴까 고민하고 조리하는 사이, 이 식재료들의 접점은 자연스레 내게로 다가왔음이다.

작가의 이전글 한 끼만 먹는 것이 이토록 힘들 줄이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