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석 길에서

사진으로 짓는 詩/디카시 8

by 초린혜원


오래전, 노래 속으로 걸어 들어가
화석이 된 그 사내
매일, 바람에 실은 엽신 한 장
골목으로 보내오곤 한다
시리도록 듣고픈 그 사내.


내 어릴 적 살던 곳, 바로 거기에 김광석 길이 있다. 동갑의 나이, 어쩌면 우리는 유년의 한때를 이 동네에서 스치듯 지나쳤을지도 모를 일이다.


이곳을 다니러 가는 날은 항상 뒷덜미가 시려온다. 골목 어딘가에 자신의 생을 박제해놓고는 영원한 삶을 노래하고 있을 김광석의 목소리가, 사방에서 아릿한 메아리로 울려 퍼지기 때문이다.


대구, 대봉동 방천시장의 공기 한 줌, 한 줌마다에는 못다 한 사랑 얘기, 잊어야 하는 사랑 얘기, 너무 아파서 사랑이라 부르지도 못하는 사랑 얘기 같은 것들이 씨앗으로 실려 떠돌다, 오가는 이들의 마음에 맞춤 맞게 뿌리내리곤 하는 걸 아시는지?

그러니, 혹여 사랑을 시작하려는 이들은 좀 더 굳센 기운으로

이곳을 작정하고 찾아주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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