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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린혜원 Nov 15. 2020

산사의 단풍

사진으로 짓는 詩/디카시 6


고요히 핏빛으로 물들인 심장
발송되지 않은 엽신으로 매달려 있다.
내일의 소문보다 더 빨리 달려와
귓가에 소슬 거리는 안부
지금 여기는, 소멸 보호구역.


파계사 올라가는 길, 찬란한 빛을 내뿜는 단풍나무

단풍이 지기 시작하면, 모든 것들이 어느 날 일시에 눈 앞에서 사라질 것만 같아, 못내 아리고 슬프다.

익히 아는 슬픔이기에, 마주하기가 갈수록 더 어려워져 기도 하고.


여기저기 낙엽은 떨어져 방랑을 시작하고 있는 데, 여전히 풍성한 잎들을 달고 있는 몇 그루의 단풍나무가 이토록 반가워  발바닥에서 시작된 울컥함은 이내 머리칼 한 올, 한 올에까지 촘촘전해진다.


저들이 오래도록 제 육신으로 반짝이며 살아 숨 쉬는 심장으로 매달려 있기를, 부쳐지지 않을 편지처럼 모든 소문과, 소식과, 전해지는 말들에 대해 끝끝내 함구하기를, 아껴 기도하며 결계를 쳐 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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