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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도 보지 못한 그 뒤안의 진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비하인드 허 아이즈

by 초린혜원

※브런치 넷플릭스 스토리텔러로 선정되어 넷플릭스 멤버십과 소정의 상품을 지원받았으며, 넷플릭스 콘텐츠를 직접 감상후 느낀 점을 발행한 글입니다. 아주 약간의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넷플릭스에는 수많은 장르에 속한 작품들이 시청자의 선택을 기다리고 있다. 장르가 다양한 만큼 선택지도 많아진다는 것은 일견 대단한 장점처럼 보이지만, 때로는 '넷플릭스'라는 플랫폼의 방향성을 흐리게 만드는 단점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런 느낌은(물론 개인적인 판단에 의한 느낌이다) 넷플릭스가 어마어마한 자본을 투자해 만들었다는 '로맨스물'이나 '시대물'에서 마음을 빼앗길만한 내용을 잘 만나지 못했던데 기인한다. 애초에 화려한 색감이 감도는 화면만으로 승부를 걸 요량이 아니었다면, 내용과 만듦새에 조금 더 집중을 해주었으면 하는 게 넷플릭스 애청자로서의 바람이라면 바람이었다.


이런 갈증이 아주 오랜만에 한 시리즈로 해소가 됐다. 이전부터 넷플릭스를 채우고 있는 그 어떤 장르들보다 '스릴러' '미스터리' 부분의 영화나 드라마들이 소재와 스토리, 장면 구성 등에서 타 장르와 비교해 탁월하다는 인상을 받았기 때문이다. 이런 혁혁한 공을 세운 시리즈가 궁금하지 않은가? 바로 'Behind her eyes'란 드라마다.


기본적인 얼개는 부부와 그 부부가 겪고 있는 갈등, 부부의 과거 얘기, 그리고 새로운 사랑에 관한 이야기다. 시리즈는 6편으로 이루어진 비교적 짧은 드라마인데, 3회까지만 본다면 '이건, 뭐 전형적인 불륜 드라마 아니야?' 혹은 "쯧, 뻔한 스토리겠구먼!'이라고 단정 지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조금만 인내심을 발휘하시라. 넷플릭스가 가진 장르적 특성을 버무리는 재주는 이후 4편부터 그 빛을 발하기 때문이니.


여기 한 부부가 있다. 남편(데이비드)은 정신과 닥터, 아내(아델)는 미모의 전업주부다. 그들은 런던의 고급 주택가가 중에서도 정원까지 있는 으리으리한 집에 산다. 겉으로만 보면 아무 부러울 것이 없어 보인다. 능력과 재력, 거기에다 질투심을 유발할 수 있는 외모까지. 하지만 왠지 부인에게는 정신적 문제가 있어 보인다. 드라마는 상당한 분량을 이 부인의 과거 행적(중독으로 인한 치료소 같은 곳에 수용)에 할애하고, 이것을 통해 부인이 얼마나 지금 남편을 힘들게 하고 있는가를 보여주려 한다. 하지만 부인의 진짜 문제는 마지막 편인 6편에 가서야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면서 핵심을 드러내 놓는다.


부인의 정신적 문제는 드라마의 또 다른 중심축인 남편 병원의 비서(루이즈)의 병증과도 연결이 돼 있다. 첫 편에서 데이비드와 루이즈가 한 bar에서 만나 서로에게 호감을 가지게 되는 장면은 드라마 내내 삼각관계-갈등 요소-로 자리하게 되는데, 사실 이 삼각관계에 집중하다 보면 드라마가 적시하고자 하는 중요한 인물이며 사건의 키를 지닌 한 인물을 뒤늦게 발견할 수도 있는데, 그는 바로 '롭' ,아내의 치료소 동기다. 인물들의 관계는 삼각이 아닌, 사각관계라는 것만 각성하게 된다면 그때부터 이 드라마는 더욱더 풍성한 요소들이 가득 찬 놀이터로 바뀌게 된다.



드라마의 주된 소재인 '야경증'과 '유체이탈' 이란 익숙하지 않지만 한 번쯤은 들어본 듯한 '정의' 들에 대해서도 미리 공부를 해 둔다면 드라마의 길을 따라가기가 훨씬 수월할듯하다. 그렇지 않으면 중요한 시점들을 놓칠 수도 있고, 이해하기 힘든 장면들이 걸림돌로 작용해 완벽한 이해를 하기 어려울 수도 있겠기에.


드라마를 보는 내내 두 가지 생각이 서로 교차했다. 그 하나는 '진정한 사랑이란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얻어내야 하는 것일까?' 하는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사랑과 우정 사이에는 무엇이 존재할까?'였다. 이 드라마에는 '지독한 사랑' 외에도 '사랑의 근처에서 서성이고 있는 진한 우정' 이 보였기 때문이다. 서로의 처지를 이해하고 친구의 가장 어두운 부분마저 기꺼이 나눠 가질 수 있는 사이라면 사랑보다 못할게 뭐 있을까.


그토록 치열한 우정에 균열이 생기는 이유가 사랑 때문이라면 당신은 사랑과 우정 중 어떤 것을 택할 것인가. 드라마는 우리에게 이렇게 질문을 하며 미스터리*스릴러 장르 특유의 긴장감으로 화면에의 몰입도를 높여간다. 1편보다는 2편이 그리고 종래는 마지막 편에서 놀라운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며 이 드라마의 완성도에 강단 있는 마침표를 딱, 찍어버린다.


장르 특성상 내용을 친절히 기술하지 못함을 부디 이해 하시라. 다만 한 가지 덧 붙이고 싶은 것은 사람을 이루는 두 가지 형태 '몸과, 영혼 혹은 정신' 중 어느 것이 더 중요한가를 인지하고 살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몸과 영혼 혹은 정신이 상식적으로는 분리될 수 없음을 우리는 익히 알고 있지만, 이 드라마에서는 과감히 '유체이탈'이라는 매개를 통해 몸과 영혼을 바꾸고 넘나드는 위험한 시도를 하고 있으니 말이다.


'사랑하는 사람을 내 곁에 두기 위해 당신은 어떤 일까지 할 수 있습니까?'로 던져진 질문에 드라마가 끝난 뒤에도 쉬 대답을 꺼내 놓을 수 없었으니, 이것이 이 '비하인드 허 아이즈' 의도했던 바라면 매우 성공적이라 할 수 있겠다. 눈에 담긴 숱한 감정, 그 안의 미세한 변화를 눈치채기란 이렇게 어려운 일인가? 순수한 아이에게만 감지된 음모의 눈, 그 이면에 숨겨진 비밀. 미리 단정하기는 금물! 이 드라마야말로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크게 심호흡 한번 하고 결말을 맞을 준비가 필요한 드라마라는 걸 끝끝내 덧붙여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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