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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린혜원 Mar 29. 2021

힘을 빼는 일이 말처럼 쉽다면

편지, 딸에게

몸에 기운이 차고 넘치는 스타일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엄마는 뭐든 배우기 시작하면 “힘을 좀 빼시고요..”라는 얘길 늘 듣곤 한단다. 가령 운전을 처음 시작했을 때나 갖가지 운동을 의욕적으로 접했을 때 강사들은 한결 같이 이, 힘 빼라는 소릴 주문처럼 엄마에게 요구하곤 했단다. 그들의 말처럼 힘을 빼야 조금 더 부드럽게 할 수 있는 것들이 세상엔 널려 있더라.


그런데 말처럼 힘을 빼는 일이 그렇게 쉽지만은 않다는 걸, 최근에도 느꼈지 뭐니. 바로 ‘캘리 그라피’ 수업 첫날이었단다. 기초 중의 기초인 선긋기 연습을 하는 데, 강사 선생님이 여지없이 제발 힘을 빼라고 하더라고. 물론 엄마도 힘을 빼고 싶지. 그런데 빼려고 할수록 더 긴장이 돼 들어가는 힘을 어떻게 해야 할지, 쉰이 넘은 나이에도 그 정확한 해답을 찾기가 힘든 걸 어쩌겠니. 


이런 힘듦은 영락없이 스트레스로 이어지고 말이야. 그래서 내린 결론이, 굉장히 자의적이긴 하지만 어떤 사람들(엄마를 포함) 은 몸, 특히 특정 부위에 힘이 들어갔을 때, 수행능력이 더 좋아진다는 쪽으로 해석하기로 했단다.

힘을 줘 그은 선도 나쁘진 않았으니 말이야.


힘을 완전히 빼야 된다는 고정관념은, 그것이 육체적인 것이든 정신적인 것이든 다침을 방지하기 위해 나온 방어기제일 텐데, 다치는 것이 두렵지 않은 사람들에겐 별 소용이 없는 것 아닐까? 근육의 힘, 마음의 힘을 있는 대로 다 빼버리면 원치 않는 상황이 발생했을 때, 회복력이 더 늦어질지도 몰라.


순전히 엄마 생각이고, 비합리적인 합리화일 테지만, 엄마는 오늘부터 그렇게 생각하기로 했어. 틀려도 서툴러도 나만의 방식으로 다음 단계로 나아가는 거지 뭐. 두려움은 저~ 멀리고 던져 버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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