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파트 단지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흔히 ‘지거국’이라 불리기도 하는 지역 거점 국립대가 자리하고 있어 그런지, 동네엔 그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수 분들이 꽤 많이 살고 있거든. 덕분에 이런저런 연구들을 귀동냥하는 즐거움을 누릴 수 있는 건 축복이 아닐까 싶네.
최근 엄마가 관심을 갖고 꽤 흥미롭게 들었던 연구 분야는 ‘거친 음식들이 장을 건강하게 만든다.’는 거였어. 따져보면 우리는 요즘 너무 정제된 것들에 익숙해져 있잖아. 도정을 깨끗하게 한 쌀, 정제소금이나 설탕 이런 것들이 왠지 세련되고 현대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우리 몸에 유익한 것들은 아닌 거란 얘기로 이해하면 무리가 없겠지?
물론, 이런 연구들이 우리 식생활이나 장 건강에 어떤 식으로 연결되고 도움을 줄지는 과학에선 거리가 먼 엄마인지라 완벽하게 이해할 순 없었지만, 엄마는 거친 음식들 즉, 보다 자연에 가까운 것들에 주목해 보기로 했단다. 조금 더 확장을 해 보자면 원형에 가까운 투박한 것들에는 우리 인간을 건강한 삶으로 이끄는 힘이 있다는 거야. 그것이 먹을 수 있는 것이든, 아니든 간에 말이야.
여러 과정을 거쳐 정제되거나 무엇인가 더해져, 본연의 모습 본질의 성정을 벗어난 것들이 더 환영받는 사회에서 살다 보니, 이런 얘길 들을 때마다 그렇지!라는 깨달음이 오곤 한단다. 어쩌면 사람도 막 수확한 농작물처럼 자신을 치장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를 당당하게 내보일 수 있는 사람이, 가장 건강하고 아름다운 사람 아닐까 싶어.
당장 오늘부터라도 현미로 밥을 짓는 실천을 해 보려고 하는데, 이미 매끈한 쌀에 길들여진 입맛이 잘 따라와 줄지는 의문이네. 우리 딸도 사물들의 본질을 천천히 읽어내고 느껴보는 그런 시간, 가져보는 하루이기를 바라며.
※커버 이미지- pixab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