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성장하고 변화를 꿈꾸는 사람들과 함께 보고 싶은 드라마> 송곳
드라마 《송곳》은 2015년 JTBC에서 방영된 주말특별기획 드라마로, 최규석 작가의 동명 웹툰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 이 드라마는 대형마트에서 일하는 평범한 직원들이 해고 위기에 맞서 노동조합을 결성하고 투쟁하는 현실적인 노동 이야기를 그린다.
푸르미 마트라는 프랑스 자본의 대형 유통회사(실제 사례로는 까르푸의 한국 매장이 모티브로 언급됨)에서 일하는 직원들은 평범한 일상을 이어가고 있었다. 그러나 어느 날, 회사 측이 판매원들을 해고하라는 지시를 내리면서 이들의 삶에 파란이 일기 시작한다. 이수인(지현우 분)은 육군사관학교를 졸업한 뒤 마트 관리직으로 일하던 인물로, 원칙주의적이고 융통성 없는 성격 때문에 동료들에게는 고지식한 인물로 여겨진다.
하지만 회사의 부당한 해고 조치에 맞서, 그동안 관심을 두지 않았던 노동조합에 가입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그는 자연스레 사내에서 왕따가 되고, 회사의 압박과 동료들의 냉담한 시선 속에서도 자신의 신념을 지키려 애쓴다.
이수인은 노동상담소 구고신(조재현 분) 소장을 만나면서 노동권과 노조의 의미를 점차 깨닫게 된다. 회사는 노조원들을 업무에서 배제하고 무노동 무임금 원칙을 내세워 월급을 삭감한다. 이에 일부 노조원들은 탈퇴를 고민하고, 노조 내부에도 갈등이 깊어진다.
이수인은 동료들을 다독이며 “여기 남으시면 더 고생할 겁니다”, “고생한 사람에 대한 보상은 없습니다”, “우리가 성공하면 모두가 성공할 것이고, 실패하면 아마도 우리만 실패할 겁니다”라는 말로 동료들의 마음을 다잡는다. 그는 겁먹고 무능한 기존 노조위원장을 대신해 마트 전체를 대표하는 노조위원장이 되고, 파업과 단식농성 등 다양한 투쟁을 이끈다. 회사는 노조를 탄압하고 방해공작을 펼치지만, 결국 노조는 깎인 급여를 원상회복하고 탄압에 앞장선 직원들을 전보 발령시키는 성과를 얻는다.
그러나 이수인은 승리에도 불구하고 PC도 없는 골방으로 좌천된다. 드라마는 이수인이 프랑스 본사에 이메일을 보내는 장면으로 끝나며, 작은 승리와 함께 새로운 투쟁의 시작을 암시한다. 이수인은 처음에는 홀로 송곳처럼 세상을 뚫고 나가려 했지만, 결국 동료들과 연대하며 단단한 거목으로 성장한다. 하지만 현실은 여전히 힘들고, 투쟁은 끝나지 않았다는 메시지를 남긴다.
《송곳》은 단순한 노동운동 드라마가 아니다. 이 드라마는 우리 사회의 수많은 ‘을’들이 매일 맞닥뜨리는 부당함과, 그 속에서도 절망하지 않고 연대의 힘을 믿는 희망을 담고 있다. 이수인은 융통성 없고 꽉 막힌 인물로 시작하지만, 그만큼 자신의 신념을 끝까지 지키려 한다. 그는 “마지막이고 싶지는 않으나 첫 번째로 나설 필요는 없다”는 고백처럼, 누구나 겪을 법한 두려움과 고민을 솔직하게 드러낸다.
이 드라마는 노동운동을 단순히 ‘좋은 것’이나 ‘나쁜 것’으로 치부하지 않는다. 노조 내부의 갈등, 회사의 압박, 동료들의 냉담함 등 현실의 복잡한 감정과 이해관계를 사실적으로 보여준다. 그리고 “남들 하면 한다”는 말처럼, 우리 모두가 속 편하게 살기 위해 중간만 하려는 현실을 직시한다.
《송곳》은 ‘모난 돌이 정 맞는다’는 속담처럼, 세상에 맞서는 사람이 얼마나 외롭고 힘든지, 그리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군가는 그 모난 돌이 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일깨운다. 결국 이수인은 자신의 원칙을 지키며, 동료들과 함께 작은 승리를 쟁취하지만, 현실은 여전히 그를 외면한다. 그러나 그가 보여준 용기와 연대의 힘은 시청자들에게 ‘우리도 언젠가 송곳처럼 세상을 뚫고 나갈 수 있다’는 희망을 남긴다.
드라마는 열린 결말로 끝나면서, 투쟁은 끝나지 않았음을 암시한다. 이수인은 앞으로도 불의에 맞서 싸울 것이며, 우리 역시 그 싸움 속에 함께할 수 있음을 상기시킨다. 현실은 여전히 힘들고, 승리가 쉽게 주어지지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송곳처럼 세상을 뚫고 나갈 수 있다는 믿음이 드라마가 전하는 가장 큰 메시지다
드라마 '송곳'을 보며 가슴에 박힌 두 문장이 있다.
꼭 필요한 사람이라는 달콤한 거짓말
"당신은 우리 조직에 꼭 필요한 사람이에요."
상사의 입에서 나오는 이런 말들이 있다. 듣는 순간은 기분이 좋다. 인정받는 것 같고, 특별한 존재가 된 것 같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깨닫게 된다. 이 '꼭 필요함'이라는 것의 실체를.
필요하다는 것과 소중하다는 것은 다르다. 나사도 기계에 꼭 필요하다. 하지만 나사는 언제든 교체 가능하다. 똑같은 규격의 새 나사로 말이다.
대체품이라는 서글픈 현실
조직 안에서 느끼는 그 불편한 감정의 정체는 바로 이것이다. 나는 나사 취급을 받고 있다는 것. 없어서는 안 되지만, 언제든 바꿀 수 있는 부품 같은 존재라는 것.
새로운 사람이 들어오면 내 자리가 위태로워진다. 내가 아프면 바로 대체 인력을 찾는다. 내 경험과 노하우, 그동안 쌓아온 관계들은 마치 처음부터 없었던 것처럼 취급된다.
이런 순간, 나는 생각한다. '나는 정말 이 조직에서 대체 불가능한 존재일까?'
서는 곳을 바꿔 보니
그런데 '송곳'이 알려준 첫 번째 진실을 실천해보니 답이 보였다. 서는 곳이 달라지면 풍경이 달라진다는 것.
나는 지금까지 조직의 시선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조직이 원하는 나, 조직이 필요로 하는 나의 모습으로만 나를 정의했다. 하지만 서는 곳을 바꿔 내 시선으로 조직을 바라보니 전혀 다른 풍경이 펼쳐졌다.
나는 단순한 나사가 아니다. 나만의 고유한 경험과 관점을 가진 사람이다. 내가 만들어낸 결과물들, 내가 해결한 문제들, 내가 구축한 관계들은 분명히 존재한다.
싸움은 경계를 확인하는 것
두 번째 진실도 깨달았다. 싸움은 경계를 확인하는 것이라는 말의 의미를.
나를 나사 취급하는 순간들과 마주할 때, 나는 선택할 수 있다. 그냥 받아들이고 조용히 있을 것인가, 아니면 내 경계를 분명히 할 것인가.
경계를 확인한다는 것은 소리 지르며 싸우는 것이 아니다. 내 가치를 명확히 하고, 내가 받아들일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을 구분하는 것이다. 나를 단순한 부품으로 보는 시선에 맞서 나만의 고유함을 증명하는 것이다.
버티고 버텨, 내 몫을 챙기자.
그래서 나는 버티기로 했다.
대체품 취급받는 순간들을 견디면서도, 내가 만들어낸 가치들을 차곡차곡 쌓아가기로 했다. 나만이 할 수 있는 일들을 찾아서 하고, 나만의 영역을 만들어가기로 했다.
버틴다는 것은 참는 것이 아니다. 내 자리를 단단히 만들어가는 것이다. 언젠가는 그들도 깨닫게 될 것이다. 나는 단순히 교체 가능한 나사가 아니라, 이 조직에서 고유한 역할을 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오늘도 나는 내 자리에서 버틴다. 나사가 아닌, 나로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