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우주를 넓히는 일에 대하여
생계를 위해 돈을 벌고, 아이를 키우는 일. 이 두 가지만으로도 하루 24시간이 모자랍니다. 아침에 눈을 뜨면 출근 준비, 아이 등원 준비로 정신없고, 퇴근 후에는 저녁 식사와 아이 재우기로 하루가 끝납니다. 주말에는 밀린 집안일과 아이와의 시간으로 채워지죠. 그렇게 하루하루를 살아내다 보니 어느새 제 인간관계는 건조해지고, 좁아지고, 얕아졌습니다.
가끔 연락이 오는 친구들의 메시지에 답장하는 것조차 버겁게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나중에 연락할게"라는 말을 반복하다가 결국 연락하지 못하고, 그 사이 우리는 점점 멀어집니다. SNS에서 그들의 근황을 보며 '좋아요'를 누르는 것이 관계 유지의 전부가 되어버린 것 같습니다. 이런 식으로 살아도 되는 걸까요?
어느 날, 답답함이 밀려왔습니다. 이렇게 사는 게 맞나 싶었습니다. 그래서 책을 읽기로 했습니다.
처음에는 의욕이 넘쳤습니다. 매일 읽고, 쓰고, 다짐했습니다. 하지만 역시나 쉽지 않았습니다. 피곤한 몸을 이끌고 책상 앞에 앉으면 금방 졸음이 쏟아졌고, 쓰겠다고 펼쳐놓은 노트는 몇 줄 적히지 않은 채 먼지만 쌓였습니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하루에 딱 한 페이지라도 읽자고 마음먹었습니다. 완벽하게 하려다 아예 하지 못하는 것보다는, 조금이라도 하는 게 낫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조금씩, 천천히, 제 우주를 넓혀가기 시작했습니다.
최근 들어 AI에 대한 이야기가 많습니다. 초AI시대에 접어들었다고 하죠. ChatGPT를 비롯한 여러 AI 서비스들이 우리의 일상 깊숙이 들어왔습니다. 궁금한 것이 있으면 AI에게 물어보고, 글을 쓸 때도 AI의 도움을 받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AI가 인간의 많은 역할을 대체할 것이라고 걱정합니다.
그런데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AI가 아무리 발달해도 사람들은 계속 책을 읽고, 토론하기를 원할 것이라고요. 왜냐하면 사람은 일대일 관계에서 오래 만족감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AI와의 일대일 대화든, 특정 한 사람과의 일대일 관계든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는 다양한 관계, 다양한 목소리, 다양한 관점을 필요로 하는 존재입니다.
생각해보면 책을 읽는다는 것은 단순히 지식을 습득하는 행위가 아닙니다. 그것은 저자라는 한 사람의 우주를 들여다보는 일입니다. 그 사람이 평생 쌓아온 경험과 사유, 그가 만난 사람들과 그가 겪은 사건들, 그가 느낀 감정들이 모두 한 권의 책 안에 담겨 있습니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그 우주를 내 안으로 가져오는 일입니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것도 좋습니다. 하지만 이미 만난 사람의 우주를 깊이 알아가는 것도 의미 있는 일입니다. 오랜 친구와 깊은 대화를 나누며 그가 요즘 무슨 생각을 하며 사는지,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 무엇을 꿈꾸는지 듣는 것. 그것 역시 내 우주를 넓히는 일입니다.
책을 읽고, 사람을 만나고, 대화를 나누는 일. 이 모든 것은 결국 내가 가진 세상, 내가 가진 우주를 넓히는 일입니다.
생계를 위해 일하고 아이를 키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나 자신의 내면을 돌보는 것도 똑같이 중요합니다. 아니, 어쩌면 내 내면이 풍요로워야 아이에게도, 주변 사람들에게도 더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는 것은 아닐까요.
지금 저는 천천히, 조금씩, 제 우주를 넓히는 중입니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매일 다짐한 대로 실천하지 못해도 괜찮습니다. 중요한 것은 포기하지 않고 계속 시도하는 것, 조금씩이라도 나아가는 것입니다.
2025년은 이렇게 제 우주를 넓히기 시작한 해였습니다. 답답함을 느끼고,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은 해였습니다. 그리고 2026년에는 이 여정을 계속 이어가려 합니다. 더 많은 책을 읽고, 더 많은 사람을 만나고, 더 깊은 대화를 나누고 싶습니다.
AI가 아무리 발달해도, 기술이 아무리 진보해도, 결국 우리가 추구하는 것은 인간적인 연결입니다. 따뜻한 관계, 깊이 있는 대화, 진정성 있는 소통. 이것들은 어떤 기술로도 완전히 대체할 수 없는 인간 고유의 영역입니다.
바쁜 일상 속에서도 잠시 멈춰 서서 나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지세요. 내 우주는 얼마나 넓은지, 어떤 색깔로 채워져 있는지 생각해보세요. 그리고 그 우주를 조금씩 넓혀가세요. 책 한 권, 대화 한 번, 그런 작은 시도들이 모여 우리의 삶을 더 풍요롭게 만들 것입니다.
2025년 한 해 동안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2026년, 우리 모두의 우주가 더욱 넓어지고 깊어지기를 바랍니다. 함께 성장하고, 함께 나아가는 한 해가 되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