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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르벌 Dec 16. 2022

서른셋에 독립을 꿈꾸게 된 이유

책상은 나를 들여다볼 수 있는 유일한 공간임을 그땐 알지 못했다.

2년 전쯤엔가 집의 인테리어를 바꿨다. 내 방의 책상은 없애고, 방 양 옆에 장롱과 수납장을 들였다. 그때는 취미로 그림을 그리지도 않았고, 일기를 쓰지도 않았기 때문에 책상에 대한 미련이 전혀 없었다. 취업한 지 한참 지났기 때문에 책상에 앉아 공부를 할 일도 없었다. 책상을 없애고 수납장을 늘리자는 엄마의 제안을 거절할 이유가 전혀 없었다. 부모님의 집이니 인테리어는 엄마의 의견에 따르는 게 맞다고 생각하기도 했다. 그때 당시로 돌아간다면 나를 꼭 뜯어말리고 싶다.


'책상을 절대 없애지 말라고…'


취미로 그림을 그리고 일기를 쓰고 난 후부터는, 나만의 공간과 책상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고 있다. 인테리어를 하고 나서는 식탁에서 그리거나 쓰고 있는데 혼자 있을 때는 상관이 없지만, 그럴 수 없을 때는 꽤 신경이 예민해진다. 결과물을 보여주는 건 상관없는데, 어쩐지 그림을 그리거나 글을 쓰는 과정을 공유하고 싶진 않은 이상한 마음이 든다. 혼자 집중해서 하고 싶어서 이케아에서 작은 침대 책상을 샀는데 허리가 꽤나 불편하다. 게다가 내 방 구조 상 베란다가 붙어 있다 보니, 침대에서 그리고 쓰더라도 오롯이 혼자서 방에 있기는 어려울 때가 많다.


내 나이 서른셋, 이제야 독립을 꿈꾸기 시작했다.

그리고 쓰며 구체적으로 미래에 무엇이 되고 싶은지 아직 잘 모르겠지만, 처음으로 독립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다. 예전엔 한 번도 독립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굳이 돈도 많이 드는데 할 필요가 있나 싶었는데, 책상 하나 때문에 최근에 독립을 꿈꾸고 있다.


근데 요즘 경제상황과 나의 지갑 사정으로 보아 도저히 각이 나오질 않는다. '결혼만이 독립의 유일한 방법인 걸까?', '이래서 둘이 만나 결혼을 하는 건가, 혼자서는 경제적 독립을 하긴 쉽질 않으니까?'라는 생각도 잠시 머릿속을 스쳐 지나간다. 경제적 자유는 어떻게 달성할 수 있을까. 재테크라고는 그저 월급 받아 저축할 줄만 아는 내가 독립을 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책상은 없지만 새롭게 피어나는 꿈

책상 하나 때문에 이제야 독립을 꿈꾸는 나 자신이 좀 웃프지만, 오히려 그리고 쓰는 것에 대한 갈증이 생기는 건 좋은 것 같다. 혼자 있는 시간에는 꼭 그리고 써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집에 혼자 있을 수 없을 때는 가끔 카페에 가기도 한다.


그리고 쓰다 보니 나만의 이야기로 책을 만들고 싶다는 꿈도 생겼다. 언젠가 독립에 성공하게 된다면 독립을 갈망하게 된 이유나 준비 과정들을 기록하고 묶어서 책으로 내면 좋겠다는 생각도 해봤다. 경제적인 독립뿐 아니라 정신적인 독립에 대한 내용도 담으면 좋겠다. 나중에 결혼을 하더라도, 혼자 독립적으로 잘 살 수 있는 사람이 배우자에게 의존하지 않고 잘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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