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보다 더 슬플 수는 없는 책
<내가 가장 슬플 때>
마이클 로젠 글 | 퀜틴 블레이크 그림 | 김기택 옮김 | 비룡소 |2004
자꾸만 돋아나는 슬픔
저는 이 책을 예전에 함께 그림책을 읽던 선생님께 소개받았습니다.
그날 모임은 자신이 좋아하는 그림책을 한 권씩 소개하는 자리였는데 그날 그 선생님이 이 그림책을 소개하며 하신 말씀은 참으로 충격(?)적이었습니다.
선생님은 어느 날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고 합니다.
친오빠가 자살을 했다는 소식이었답니다.
오빠는 결혼해서 아이가 둘이나 있었답니다.
새언니 말에 따르면 오빠는 자살했다는 그 날, 아무렇지 않게 출근을 했답니다. 하지만 회사가 아닌 어느 한강 다리였다지요.
그리고 수년이 흐른 지금도 오빠의 죽은은 감당할 수 없는 슬픔으로 가족들의 마음에 자리 잡았다고 합니다.
선생님에게도 역시 그랬다고요.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슬픔을 어떻게 감당할 수 있을까요?
그 슬픔은 까서 버리고 버려도 자꾸만 돋아나는 껍질 같은 것일까요?
이 그림책은 정말 슬픔 그 자체였습니다.
그 슬픔이 제 몸 전체를 감싸면서 꼭 나의 슬픔인 양 각인되고 말았습니다.
슬프다고 말하자!!
슬픔을 극복하는 방법이 아마도 있겠지요.
그림책에서처럼 비명을 질러보기도 하고 숟가락으로 탕, 탕 탁자를 내려치기도 하고 무슨 나쁜 짓을 할 수도 있습니다. 시를 쓰기도 하고 그림을 그려보기도 하고요.
그래요. 슬픔을 숨기면 안 됩니다. 누구에게든 어떻게 든 표현 해야 합니다.
그리고....
남아있는 추억들을 떠올려야 합니다. 결국 좋은 추억들일 거예요.
남은 우리는 살아가야 하니까요. 슬프고 슬프고 또 슬프고 난 후에는 다시 기쁠 수 있을 거니까요.
누구에게나 슬픔이 있습니다.
유난히 슬픈 날도 있지요.
저는 종종 슬픔에 잠깁니다. 까닭도 이유도 잘 모르지만 그럴 때가 많아요.
그럴 때면 이 그림책이 도움이 됩니다.
제가 슬프다고 말하는 방법입니다.
이 그림책을 덮으면 나의 슬픔도 함께 덮입니다. 그리고 한동안은 그 안에 내 슬픔을 가두어 둡니다.
곧 다시 꺼내게 되겠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