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한신자 Feb 13. 2024

시편의 저주

C.S. 루이스의 <시편 사색>

 루이스는 시편에서 두 가지 형태의 저주를 발견했습니다. 하나는 '용광로에서 나오는 뜨거운 열기처럼 무시무시한 증오심을 뿜어대는' 구절로, 책에서는 시편 137편 9절을 예시로 듭니다.

"바벨론의 어린아이를 바위에다가 메어치는 사람에게 복이 있을 것입니다."

이와는 반대로 '단순하고 유치한' 저주들 또한 우리는 시편에서 발견할 수 있습니다. 시편 23편 5절입니다.

"주께서 내 원수의 목전에서 내게 상을 차려 주시고..."


신약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이런 저주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이웃을 사랑하고, 원수까지 사랑하라 말씀하셨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시편 곳곳에는 나에게 피해를 준 사람을 저주하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원수와 적의 끔찍한 패망을 바라는 노래들이 많이 있습니다. 이런 시편의 말씀을 현대의 그리스도인들은 어떻게 해석하고 선용할 수 있을까요?


가장 먼저는, 시편을 읽는 우리의 마음에도 타인을 향한 증오심이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그 감정을 명확하게 직면하는 데 있습니다. 루이스는 책에서 이렇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자신의 악한 감정을 다른 사람들과 자기 자신에게 숨기는 데에는 그들(시편 기자들)보다 우리가 훨씬 교묘합니다...(중략)... 틈만 나면 상처를 부풀리며 자신을 고문하는 시편 기자의 모습에서, 대부분의 우리는 우리 내면에서도 유사한 일이 일어나고 있음을 알아채게 됩니다."


두 번째로는 타인에게 해를 입었을 때 생겨나는 자연적인 감정이 무엇인지를 말씀을 통해 알 수 있습니다. 루이스는 이 두 번째 선용을 강조했습니다.

"어떤 사람을 속이거나 짓밟거나 무시하는 행동의 자연적인 결과는 분노를 일으킵니다. 다시 말해 그의 영혼이 복수를 노래하는 시편 기자의 영혼과 같이 되도록 유혹하는 것입니다...(중략)... 만일 그가 그 유혹에 져 증오심으로 인해 영적으로 죽는다면, 그러한 증오심을 유발한 장본인인 나는 어떻게 하나님 앞에 설 수 있겠습니까?"

루이스는 저주를 하는 시편기자의 입장이 아니라, 시편기자가 저주하도록 해를 끼친 자가 우리 일 수 있다는 사실을 일깨웁니다. 우리 자신이 상대에게 해를 가함으로 인해 죄로 이끄는 '유혹자(사탄)'가 되는 것을 경고합니다.


세 번째 발견은 시편 기자의 분노 자체를 살펴볼 때 발견할 수 있습니다. 시편 기자의 분노는 해를 당할 때 쏟아내는 동물적인 감정과는 다릅니다. 시편 기자의 분노는 '그 일 자체가 명백히 잘못된 일이요, 희생자인 그들뿐만 아니라 하나님도 미워하시는 일이기 때문에' 발하는 의분입니다. 일차원적인 분노가 아니라 하나님께서 악에 대해 마땅히 발하시는 것 같은 고상한 분노입니다.

이런 의분은 언듯 훌륭하고 그리스도인이 본받아야 할 것이라 생각될 수 있으나, 이는 아주 위험한 이끌림입니다. 동물적인 분노가 잇따르는 죄악보다, 의분이 더더욱 끔찍한 죄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 분노는(의분은) 자신의 가장 악랄한 감정조차 거룩한 감정으로 착각하게끔 만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 분노는 단순한 자기감정이나 생각의 표현에 '주님이 이렇게 말씀하신다'라는 말을 노골적으로 또는 암시적으로 덧붙이게끔 만들 수 있습니다."

즉, 우리의 동물적인 분노까지 하나님을 사용하여 의분이라 포장할 위험성이 있는 것입니다. 이는 '하나님을 망령되이 일컫지 말라'는 계명을 정면으로 위배하는 죄악입니다. (그러나 의분 속에서 용서를 통하여 경건과 사랑과 겸손으로 향하는 길이 분명 존재합니다. 우리의 길에 이런 위험성이 있는 이유는 하나님으로부터 더 가까이 있기 때문입니다.)


정리하자면,

시편의 분노에 찬 저주의 구절을 묵상할 때, 우리는 세 가지 방법으로 말씀을 선용할 수 있습니다.

첫째로는 우리 안에 있는 증오심을 발견하도록,

둘째로는 타인에게 분노를 유발하지 않도록 우리의 행동을 성찰하도록,

마지막으로는 우리의 분노가 죄를 미워하는 의분으로 나아가 상대를 용서하는 길로까지 나아가도록

말씀을 붙들고 나아가야 합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나를 꾸짖지 마십시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