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해가 뜨지 않았으면 한다. 감은 눈 사이를 비집고 들어오는 햇살은 불쾌하기 그지없다. 내 영역을 침범해 들어오는 해가 무례하다고도 느껴진다. 때문에 거의 모든 날들을 불쾌하게 시작한다. 아마도 스무 살 유학 같지도 않은 유학길마저 포기하고 돌아와야 했던 그날부터였던 것 같다. 아니면 어느 순간 하는 일에서 지친 때부터였던 것 같기도 하다. 내 과오로 인연을 잃고나서부터 였는지도 모르겠다. 잘 살고는 있는지 모르겠다.
해가 강제로 일으켜 세운 몸뚱이가 냉장고 문을 연다. 물을 한 잔 마시고 담배를 한 대 태운다. 노트북을 열고 해야 할 일을 정리한다. 정리가 끝나면 몸을 씻고 출근 준비를 한다. 믹서기에 갈린 바나나와 토마토가 식사다. 벌컥벌컥 들이켜고 나선 출근길에 편의점을 들린다. 캔커피 한 개 사면서 점원과 하는 인사가 거진 대부분 하루의 첫마디다. "안녕하세요." "네, 감사합니다." "안녕히 계세요." 그마저도 쉬는 날에는 없는 일들이다.
내 직장은 매일 가야 할 곳이 일정치 않다. 정해진 규칙 속에 일정치 않다는 말이다. 그래서 다양한 사람과 조우하게 되는데, 매번 머릿속으로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를 그리곤 한다. 피곤한 일이다. 사람은 입 떼는 법은 배우지만, 입 닫는 법은 영원히 깨우치지 못한다. 되도록 말을 안 하고 싶은데, 상황이 용납하지 않는다. 웃음도 비슷하다. 꼭 사람을 만날 때 웃어야 하는 건 고역이자 고문이다. 웃지 않으면 세상이 망하기라도 하는지.
피곤하게 만드는 것들 중 으뜸은 사람이다. 맞춰야 하기 때문이다.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라고 한 사람에게 주먹이라도 한 방 날리고 싶다. 왜 사람과의 관계에 힘을 쏟아야 하는지 잘 모르겠다. 언제 마음에 상처를 줄지, 어떻게 나를 이용할지, 뭘 보고 나한테 다가오는지 등등을 고민하다 보면 진이 다 빠진다. 오래 두고 본 신뢰가 쌓인 관계, 편할 대로 편해진 관계 외에 새로 관계를 맺는 일은 그만큼 위험을 수반해야 하는 일일 뿐이다.
그럼에도 출근과 퇴근을 반복하는 삶을 이어가고 있다. 돈 때문이라는 생각이라도 들면 다행인데 그렇지도 않다. 의미를 잃어가고 있다. 왜 사는지를 모르는 삶에 의미는 없다. 일에서 보람을 느껴본지도 오래다. 모든 게 쉽게 보이고, 또 어렵게 보인다. 잘 되어가는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오늘도 감정의 문을 조금씩 닫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