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갱작가 Apr 22. 2020

투명인간 같은 광고주도 있다?

본격 광고주 특성 파헤치기


* Case by Case에서 유래한 사바사(=사람 바이 사람, 사람에 따라 특성이 다르다는 뜻)


마케터로서 대행을 진행하다 보면, 정말 별의별 광고주를 만나게 된다. 최근에 들어 특히 격동의 시기를 겪었기 때문에 분노를 가라앉고 차분하게 그들의 특성을 파헤치고자 한다. 그들도 사람인지라 각각 특성이 뚜렷하다. 여러 개의 업체를 진행하다보니 몇 가지로 분류되더라. 


광고주도 가지각색


1) 투명인간형

· 마케터 曰 "투명인간형 광고주 님! 다음 달 신규 소재 전달 부탁드립니다~"
· 광고주 曰 "(...)"

초반에만 커뮤니케이션 하고, 그 후엔 알아서 대행사에 맡기는 스타일. 필요한 사항 요청할 때만 번쩍 나타났다 소리소문없이 사라진다. 가끔 이슈가 발생할 때 나타난다. 보통 투명인간형은 마케팅 외의 본업이 바쁜 편이다. 내가 알아서 진행하면 되기 때문에 자율적이고 깔끔하다. 한편, 답답하기도 하다. 무언가를 요청했을 때 읽고 대답을 안 주거나, 며칠 뒤 재촉해야 자료를 전달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 다만, 잠잠하다고 소홀해선 안 된다! 어느 순간 큰 화로 돌아올 수 있기 때문에 평소에 잘 관리해줘야 나중에도 좋다. 


2) 호기심대마왕형

· 광고주 曰 "이건 어떤 건가요? / 광고 세팅은 언제 하나요? / 실시간 CPC 좀 전달주세요 / PC 좀 전달주세요 / 단가 저렴한 키워드 정리한 것 있으면 보여주세요 ....(생략)"
· 마케터 曰 "(제발.. 이제 그만..) 아, 그건요. ~~ 입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이런 스타일, 피곤하다. 질문이 너무 많아서, 일을 빠르게 처리하기 힘들어진다. 본인이 직접 마케팅을 진행할만 한 지식은 없지만 어느 정도 관심이 있는 광고주가 해당된다. 광고 세팅과 관련하여 궁금한 것을 실시간으로 물어본다. 꼭 필요한 질문이나 질문 주기가 길면 상관 없는데, 그 빈도가 너무 잦을 땐 마치 마케터가 아닌 CS 직무였나 착각하게 만든다. 심지어 업무 소통방에 개인 공부하다가 해결하지 못한 질문을 올릴 때도 있다. 답변을 안 해주기엔, 애매하기 때문에 보통 답을 주고 있긴 한데. 도대체 내가 대행을 하는 건지, 마케팅 교육을 진행하고 있는 건지!


3) 기선제압형

· 광고주 曰 "아니..도대체 왜 안 되는 거냐고요. 시키는대로 했는데, 오히려 악화됐는데 어떡할건데요?!"
· 마케터 曰 "(나란 사람 진정하자, 후... ) 안그래도 계속 해결하고 있습니다. 차안으로 이렇게 진행하는 건 어떠실까요?"

"종로에서 뺨 맞고 한강에 가서 눈 흘긴다"는 속담을 들어봤을 것이다. 이전 대행사에서 안 좋은 일을 겪었거나, 대행사에 대한 불신이 하늘 끝까지 솟아오른 광고주가 이 유형에 해당된다. 아니, 우리를 믿지 못할 거면 왜 계약을 했냐고요. 마케터를 화풀이 대상으로 안다. 짜증나는 말투, 닥달하는 태도가 기본 베이스다. 흥미로운 점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케터가 성심성의껏 대응하다보면, 어느 순간 성질이 유-해진다는 것이다. 믿을만 하다 판단되어 그렇게 태도를 변화한걸까. 그냥 처음부터 사람 대 사람으로 존중해주면 안 되는 것일까, 제일 이해되지 않는 유형 중 하나다.    


4) 젠틀맨형

광고주 曰 "시간 되실 때 연락 부탁드립니다. OO 건은 어떻게 진행하실지 궁금합니다!"
마케터 曰 "네, 그 건은 ~~ 한 후에 차후 전략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광고주 曰 "아, 네네!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사실 이상한 광고주만 있는 건 아니다. 깔끔하고 효율적인 대화를 할 수 있는 젠틀맨형 광고주의 공통적인 특성은 말 끝마다 "감사합니다"로 맺는다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공손에는 공손함으로 응대하자는 주의여서, 나 또한 젠틀신사가 되어버린다. 마케터를 사람답게 존중하는 유형은 극히 드물지만, 그래도 존재하므로 너무 낙담하진 말자. 신화같은 존재는 아니라는 것! 불필요한 대화는 하지 않으며, 궁금한 사항 및 피드백이 있을 시 깔끔하게 정리해서 전달해준다. 이 얼마나 한 줄기 빛 같은 존재인가.


5) 소인국형

· 광고주 曰 "(광고 세팅한지 하루 뒤) 효율 좀 어떻습니까?"
                           ~ 다음 날 ~
· 광고주 曰 "오늘은 좀 성과 나오고 있습니까?"
· 마케터 曰 "(;;;;;)"

브랜딩이 잘 되지 않는 작은 기업의 경우, 광고를 집행할 시 바로바로 효과가 나타나긴 어렵다. 분명히 고객 또한 고려기간이 있다. 광고를 보자마자 구매 버튼 누르는 사람은 극히 적다. 하지만 소인국형 광고주는 하루가 다르게 '극적인 성과'를 바란다. 규모가 작은 곳은 광고비가 부담이라는 건 이해한다. 이 유형의 광고주를 대하다보면, 어느새 나 또한 하루하루 성과를 판단하며 시야가 좁아지고 천 원, 만 원에 벌벌 떨게 된다. 광고주를 설득하는 게 큰 과제다. a/b 테스팅 기간부터 캠페인 최적화까지는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다고. 



@갱작가의 말 : 이번 편은 언젠가 꼭 쓰고 싶었던 주제다. 마케터는 광고주의 돈을 다루다보니 아무래도 을의 입장이 되어버린다. 하지만 주눅들지 말자. 내가 전문성 있게 광고주를 관리했다면, 당당하게 대응하면 될 일이다. 사람과 사람의 일이니, 나 자신이 소중한 존재임을 늘 잊지 말자. (=나에게 하는 말)

이전 04화 두 번 일하게 만들지 믈르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